나를 위한 정갈한 밥을 해 먹는 것도 어려웠고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고 자꾸만 느슨해져 가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불편했다. 통장에 묶어둔 돈 외에 융통할만한 돈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도 나를 옥죄여왔다.
무엇이 필요할까, 돈을 벌어야 하나, 지난 몇 달간 수업을 들은 동화쓰기반에서 어떤 성과도 나오지 않았다. 하루 한 줄, 하루 10분, 1시간이라도 앉아 글을 써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결과물이 나올 수가 없었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글 아닐까, 그렇다면 어린이를 만나러 가야겠다! 교사로 일하는 시절에 내 안의 생각주머니가 가득했던 것은 아이들과 함께 해서였다. 나의 생각을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털어놓을 수가 없으니 자꾸만 쌓였기 때문이었고,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 덕분이기도 했다.
집 근처 단설유치원에 이력서를 보내고 기다렸다. 방학 기간에만 일하는 거였고 오전부터 점심을 먹고 난 1시 30분이면 마치는 업무였다. 아이들의 기운도 얻고 밥도 먹고 올 수 있다! 한번 해볼까? 이력서를 보낼까 말까 잠시 고민하는 시간도 있었다. 잘 지내고 있는 나의 일상에 불편함을 주진 않을까, 내가 맡을 아이가 크게 다치진 않을까, 생각보다 더 어렵진 않을까? 그리고 8월에 휴가도 있는데 어쩌지... 고민이 이어졌다.
일단 이력서를 보내고 다시 생각하자 했고 면접날이 되었다.
면접을 보는 선생님께서는
"어느 연령이 좋으세요?"라고 하기에
"5세는 순수해서 좋고 6세는 저희 아이와 같은 연령이라 더 마음이 가는데 장난기가 생기는 시점이라 귀엽고요. 7세는 형님이라 또 좋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긍정적이시네요."라는 면접관의 이야기에 "아, 제가 조금 쉬었다가 하는 거라 그런가 봐요."라고 가볍게 말했다.
곧이어 "합격"이란 소식을 듣고 다음 절차를 안내받았다.
앗. 이렇게나 빨리 합격이라니... 여기 사람이 없거나 엄청 힘들거나, 둘 중 하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