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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조각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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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Dec 26. 2024

엄마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다.

며칠 전에는 산부인과에 다녀왔다. 엄마가 난소암으로 투병 이후로 겁이 많아진 나는 산부인과 검진을 종종 간다.

난소는 여성의 골반 쪽에 있다고 하는데 허리나 배 통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은 여성들이 산부인과를 갈 생각은 하지 못해 내과나 다른 질병으로 착각하고 검사해 오다 난소암 3,4기에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 엄마 역시 그러한 케이스라 중년 여성들에게는 꼭 산부인과 검진을 추천하고 싶다.

산부인과에서는 배란기 이후에 나타나는 통증이라고 한 것 같다. 월경 증후군이 딱히 없어 고생하지 않는데 유독 오른쪽 배가 아파 이상하다 느꼈던 것이다. 검진을 통해 자연스러운 것이라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엄마는 1년간 많이 수척해졌다.  항암을 비교적 잘 견디었는데 장폐색과 항암 부작용 등으로 몸무게부터 얼굴까지 사람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제는 병원에서 해줄 것이 없다고 하여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겼다.

병실에 누워 입으로 가래와 피가 나오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에는 불편하고 무서워졌는데 이제는 얼마나 번거로울까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나도 하루 이틀 병원에 들르는 것이 힘겨울 때가 있다. 손과 발을 주물러주고 로션을 발라 덜 건조해지게 돕는다. 가끔 양치하는 것을 돕고 머리를 감겨주기도 한다.

병실에서 저 멀리 보이는 북한산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엄마는 최근 몇 달간 외출 한 번을 할 수 없었다.

식사라도 할 수 있다면 집에 모시고 오고 싶지만 각종 의료장비를 끌고 올 수 없으니 이렇게 병원에만 모신다.


오늘 아침에는 병원의 사회복지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호스피스 병동에 대한 이해와 가족의 상황을 이야기 나눴고 간단한 장례 절차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가족의 죽음 앞에 병원의 사회복지사처럼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이제 엄마의 장례를 준비한다. 장지나 납골당, 상조회사를 끼고 할 것인지 현실적인 부분에서 알아보고 숙제처럼 해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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