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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Feb 03. 2021

어린이집

가고 싶다고 다 갈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조리원에서 만난 동네 엄마는 둘째 아기를 출산했다. 아기의 어린이집은 어디로 보내는지 묻자 집 앞에 있는 국공립에 운 좋게 다니게 되었다고 출산한 동생도 대기를 걸어 두었다고 했다.    

건너 건너 들었던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 대기를 건다는 그 엄마가 바로 이 엄마였다.    

우리 아기도 대기를 걸어야 하나, 이사를 갈 날짜가 남았는데 집 주소는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던 찰나에 아기 양육으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아기는 어린이집에 가도 될 만큼 훌쩍 커버렸다.   

 

이사 온 동네에서 추천받은 많은 어린이집은 대부분 먼 거리였고 어렵게 찾은 곳에 위치한 걸어서 가기 수월한 곳에서 상담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로 많은 아이들이 가정 보육 중이었고 그래선지 선생님들이 덜 바빠 보였다.    

기존에 있던 어린이집을 인수받아 원장님과 교사가 많이 바뀌었다고... 그래서 지역에 맘 카페에선 소문이 안 좋게 나있고 인식도 아직은 부정적인 듯했다.

직접 방문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원장님과 선생님을 뵈니 마음이 놓이는 듯했다.    

가정 어린이집은 어떤지 많이 궁금했는데 이왕이면 조리사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가고 싶었는데 아직은 아이들도 적고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리사는 채용하지 못하고 원장님께서 직접 요리를 하고 계신다고 했다. 또한, 건강하고 좋은 재료로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셨다.    


엄마가 되어 내린 원칙 중에 한 가지는 원장의 역할은 원장이, 요리는 조리사가 하길 원했다.

그래서 왠지 못 미더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한번 보내볼까 싶어서 다니기로 약속을 하고 필요한 것들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원장님께 온 까똑, 까똑에는...    

다른 아이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이었는데 순식간에 삭제가 되었다.

그리곤 우리 아이 이름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안내 글이 도착했고 월요일에 만나기로 했는데 금요일로 잘못 적혀있고 몇 가지 잘못된 글도 있었다.    

교사된 입장으로... 또 학부모 된 입장으로... 원장님이 걱정되었다.

이제 막 처음 만난 학부모와 원장인데 이렇게 실수를 많이 하시다니... 마치 상견례하듯 서로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새로 만날 엄마들에게 신뢰감을 보여줘야 하는데 걱정도 됐다.


한참을 고민하다 원장님의 까똑에 동그라미를 쳐서 자꾸 오타가 보인다고 보냈다.    

아마도, 그곳을 계속 다닐 생각으로... 계속 다니면서 교류해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오타가 보이면 불편할 거 같아 보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며칠 후 우리 아기가 팔을 다쳐 한동안 집에서 있어야 했고 감기 기운과 코로나, 아기를 사랑하시는 시어머님이 도저히 어린이집에는 보내기 싫다고 만류하셔서 기대했던 어린이집 등원은 할 수가 없어졌다.    

현재도 어린이집에 보내지 못하고 어머님이 돌보아주시는 우리 아기, 그리고 원장님께는 죄송해서 다시 연락을 드리기가 좀 민망스럽다.    

우리 아기가 다닌다고 해서 선생님까지 채용하신다고 했는데... 짧은 글을 통해 죄송함을 또 어려운 코로나 시기를 잘 이겨내시길 바란다말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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