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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곰 Feb 09. 2021

교사도 엄마도 반지 못 끼는 건 똑같아


결혼 준비를 해본 여자라면 알 것이다. 설레고 반짝이는 보석이 얼마나 황홀한지…. 나 또한 가장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찾아 반지를 준비했고 나는 여자니까 다이아 반지 1개, 커플 반지 1개를 가졌다. 하지만, 남편이 여러 반지를 끼워보더니 마음이 든다며 고른 디자인은 교사인 내가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는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    

“반지 나오면 그때 다시 손보지 뭐, 그때 갈아달라고 하면 될 거야.”    

반지가 내 손에 들어온 날, 생각보다 날카로워 당황했다.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을 갈아낼 수 있을지 물으니 “이걸 갈아내면 디자인이 덜 예쁠 텐데 괜찮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결혼식도 치르기 전이었다. 나는 디자인 손상보다는 끼지 않는 반지를 택했다. 그렇게 내 반지는 일하지 않는 주말이나 휴가 날, 특별한 약속이 있는 날에만 화장대에서 꺼낼 수 있었다.    

엄마가 되어서는 내 반지와 귀걸이가 어디 있는지 들여다본 지 한참이 됐다. 결혼식 같은 특별한 날이나 되어야 작은 지퍼백에 귀걸이를 담아두었다가 잠시 착용하고 가방 속에 넣어둔다.     

출산 전에는 결혼 당시 맞췄던 반지를 아침저녁으로 끼고 그날의 컨디션이나 부기를 확인하던 시간도 있었다.

지금은 잠시 설레는 마음으로 착용했다 아기 얼굴에 생채기라도 날까 싶어 나도 남편에게도 반지 끼는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너무 피곤한 밤... 평소에는 아기 침대에서 재우던 아기를 우리 침대에 놓고 함께 잠을 잤다.    

새벽이 되어 컨디션을 회복한 아기는 한참을 안 자고 엄마 옆에 꼭 붙어 있다가 젖병으로 분유도 먹고 쪽쪽이도 물었다.     

쪽쪽이를 뱉었다 떼었다 한참 반복되다 먼지라도 묻을까 내 손가락에 쏙 끼워두니 옳거니, 반짝반짝 귀여운 반지가 되었다.

우리 아기 쪽쪽이는 야광 쪽쪽이, 동물 모양, 자동차 모양도 있다. 

지금 보니 나는 귀여운 반지 부자였다. 

오늘 밤은 형형색색의 쪽쪽이 반지 중에 형광 반지를 끼워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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