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얀, 『오늘부터 돈독하게』를 읽었다.
평소에 돈 생각이 별로 없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돈을 악착같이 모아서 뭘 해야겠다, 뭘 사야겠다는 포부, 흔히 『부의 추월 차선』,『가난한 아빠 부자 아빠』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부에 대한 이상과 욕망 등이 크게 없었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수학을 내놓은 자식 취급하며 손을 놓은 지도 언 1n년 차. 어쩌면 수와 가장 멀어지려 하다 보니 지금의 직업까지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시장 논리에 관한 감각과도 자연스레 멀어진 사람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다. 거기다 돈과 성공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대개 두껍고 결과적으로는 자전적인 에세이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에 살짝 거부감이 들어 더 멀어져 왔다. 그러다 우연히 yes24를 살펴보는데『오늘부터 돈독하게』가 눈에 띄었다. 샛노란 표지에 둥글둥글한 폰트, 돈에 대해 드러내고 있지만 유머스럽고 귀엽게 들어간 일러스트에, 돈에 대한 책이라는 건 알았으나 쉽게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오늘부터 돈독하게 』는 저자가 30대의 끝자락에서 돈의 개념과 가치를 재정립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꿈과 욕망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 이야기들을 한다. 거기서 나아가 그 꿈과 욕망들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돈과 가까워지기'를 실천한 저자의 경험들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펼치자마자 한 시간 안에 다 읽어 버렸을 만큼, 돈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쉽게 읽히는 책이다. 돈이 없어서 때로는 곤란했고, 때로는 짠했던 저자의 경험을 조금은 자조적이면서도 솔직 담백하게 풀어쓴 게 한몫하는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돈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티끌 모아 태산'이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가 만났던 몇몇 부자들에게서 얻은 인사이트들을 말하며 별볼 일 없어 보이는 일상에서의 작은 습관들이 곧 돈을 끌어온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돈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하며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경건한 마음 가짐은 돈을 지갑에 넣을 때 액수별로 깨끗이 펴서 넣게 만들고 그 안을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수중에 내 돈이 얼마나 있는지를 평소에 내가 꿰뚫게 하기 때문이다. 또, 평생 숫자를 멀리 하고 살았다면 핸드폰 앱의 처음 화면에 계산기를 비롯해 각종 은행과 증권사 앱을 배치하면서 뭘 하지 않아도 자주 들여다봐야 함을 강조한다. 이외에도 외출 시 책을 비롯해 메모장, 펜 등 간단한 필기도구를 챙겨 나가는 것과 생필품은 뭐든 필요한 만큼만 쓰는 태도를 몸에 익힐 것, 쓸데없는 배달비 낭비를 막고 건강을 지킬 겸 건강한 식생활 패턴을 유지할 것 등 너무 소소해서 얼핏 돈을 모으는 일과 관련이 없어 보이나 일상에서 기본에 충실한 태도가 곧 삶의 방식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쓸데없는 낭비는 줄이고 생산성을 늘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접근은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전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어느 정도는 '티끌 모아 태산'에 일가견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네이버 마이플레이스를 알게 된 이후로 그전에는 "영수증 드릴까요?"라는 질문에 "네~"하고 말았던 영수증을, 이제는 황급히 달라고 하기 바쁘다. 차곡차곡 모아둔 영수증을 찍고 리뷰를 쓰고 적게는 50원, 많게는 100원씩 받았다. 또, 저마다 혜택을 강조하기 바쁜 카드사에서도 네이버 포인트가 쌓이는 네이버 페이 체크카드를 사용해서 구매가 곧 네이버 포인트로 이어지게끔 사용해 왔다. 구매 금액에 비례해서 때로는 적게, 때로는 꽤나 쏠쏠히 들어오는 이 카드 또한 알게 모르게 쌓이는 저축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블로그를 하다 보니 그 활동 내용들과 기간, 파급력 등을 고려하여 등록한 '애드포스트'가 있는데 나는 상업적인 용도로 운영하거나 핫한 블로거가 아니라 광고 수익으로 모이는 돈은 몇 달에 1000원이 될까 말까 하지만 그럼에도 내 블로그를 열어놓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올리는 것만으로 돈이 쌓이는 원리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조금 더 팔 수 있는 분야를 골라 그에 대해 꾸준히 업데이트한다면 또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기 전만 해도 투자란 그저 거창한 일일 뿐이고 또 투자할 돈이 어디 있냐는 등 돈에 관해 막연히,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며 돈을 모으는 일을 소질의 영역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서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조금은 구체적이고 희망적인 마음들이 생겼다. 돈을 잘 알고 싶다면 숫자가 무섭다고 해서 더 이상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더더욱 공부해야 한다는 것, 공부하는 만큼 보이고 또 공부하는 만큼 여러 가지 금융 행위들을 겁먹지 않고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이라는 게 소질의 영역보다는 노력과 실천의 영역이라는 현실적인 조언과 그에 따른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지금 당장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일을 통해 거창하고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 돈 관리에 관한 장벽을 낮춘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