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을 읽었다
제목 그대로 작은 브랜드들이 대기업과의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향성들을 제시해 주는 책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긴다'라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다'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작은 브랜드가 경쟁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행위는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그만한 거대 자본이 없거니와 마케팅을 한다는 이유로 자본을 모두 털어 이슈가 될 법한 광고와 홍보에 무작정 투자하는 일은 절대 그들의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앞서가는 차를 따라가는 방법은, 다른 길로 질러가는 것 혹은 다른 길로 방향을 틀어 선구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동안 자신만의 영역에서 단단하고 견고한 정체성을 구축해 온 작은 브랜드들을 소개하며 그 사례를 통해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시작된 제주맥주가 우위를 점한 국내 맥주는 물론 외국 맥주 사이에서 어떻게 이슈가 되었는지, 러닝 앱 '런데이'가 거대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와 아이다스의 영향력을 넘어 러너들에게 어떻게 사랑받게 되었는지, '내추럴 와인'은 어떻게 해서 고급 취향의 상징으로 분류되는 와인의 벽을 깰 수 있었는지, 또 곰표는 전통적으로 자리 잡아 온 '밀가루' 정체성을 깨고 어떻게 맥주, 핫도그, 화장품, 심지어는 옷까지 브랜드의 영역을 넓힐 수 있었는지 등 그동안 한 번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의 귀와 눈을 사로잡았던 브랜드들-식료품에서부터 뷰티, IT, 생활용품 등-의 도전과 변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아가 이들은 공통적으로 브랜드를 둘러싼 시기와 시대에 어떤 문화적 현상과 사회적인 이슈가 다뤄지고 있는지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브랜딩에 임했다는 것, 그리고 공급자와 기획자가 아닌 소비자의 눈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바라보며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다고 말한다.
한자리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것 또한 자신의 경쟁력을 쌓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성실함의 척도가 될 테니까. 하지만 그러한 태도에도 시시각각 변화는 이 사회의 흐름은 물론 소비자의 심리, 욕구 등을 미리 캐치할 줄 아는 민첩함이 필요하다. 그게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일같이 그 자리를 지킨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작은 브랜드들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지, 될 수 있을지 또한 생각해 보았다. 이제는 직장이 아닌 직업이 중요해진 시대가 된 만큼 개인의 퍼스널 브랜드가 중요해졌다.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고유한 컨셉과 주제로 자신의 역량을 자유롭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남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좇아가는 일에서는 나를 금방 잃기 마련이다. 앞으로는 나의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고민과 탐구 없이는 건강한 삶의 지속 가능성을 바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 가지 분야의 기획자, 마케터, 창업자 등 자신만의 브랜드 색깔을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들, 그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주로 사례들을 중심으로 설명되는 책이라, 깨닫게 되는 것들도 많고 흥미롭다. 전혀 지루하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경영경제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