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했던 것의 반란
얼마 전이었을까, 가족과 함께 숲 속 오르막길을 걸으며 곳곳에 있는 꽃들을 살피는 중이었다. 그러다 누가 봐도 해바라기가 잔뜩 피어있는 한 곳을 발견했다. 나는 아주 오랜만에 마주한 해바라기의 모습에 그저 신기하고 반가워 그 모양새만 유심히 살피는 중이었다.
그러다 함께 해바라기를 보고 있던 남동생이 이런 말을 했다.
"해바라기인데 해를 등지고 있네"
순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연신 "색 봐봐~ 진짜 예쁘다"
라는 말만 반복하던 내가 아무것도 몰랐던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해-바라기. 이름부터 해를 향한 지고지순한 마음을 대놓고 드러내는 해바라기가 더 이상 해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 모습에, 그 사실에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내 마음 어딘가가 몹시 불편해졌다. 결과적으로 '해안바라기'가 된 해바라기의 모습을 보며 두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1. 해를 등진 해바라기의 변화 원인은 해에게 있을까 해바라기에게 있을까?
2. 어떻게 보면 자신의 존재 이유와 본능을 등 진 것이나 다름없는 이 해바라기들의 연명은 살아 숨 쉬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렇지 못한 것일까?
그러나 이 무더위에 주눅 들지도 않고 낭랑한 색감과 채도를 드러내며 한껏 펴 있는 해바라기가 너무 대견하고 예뻐서, 답을 찾기 위해 마냥 심각해할 수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