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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며들다 Oct 29. 2023

한 번씩 집탈이 필요하다

거진 1년 만의 캠핑이다.

올해는 뭣이 그리 바빴던 건지 캠핑보다 더 재미난걸 많이 알아버린 것인지 올해가 뉘엿뉘엿 가려하는 찰나에 집안에 진을 친 용품들이 "나 좀 꺼내줘"라고 외치지나 않을까 하여 오래간만에 밖에 나와 잠을 자본다.


이젠 제법 쌀쌀하다 못해 콧김이 싸하다.

텐트 바깥에서 테이블을 놓고 저녁밥을 먹는데 밥도 국도 금세 식어버린다.


평소에는 고무장갑 없으며 맨손으로 설거지를 안 하는 나 지만 워낙에 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설거지를 위해 뜨뜻한 물에 손을 담갔다.


캠핑의 정리들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텐트 안으로 들어와 보니 삼 남매는 벌써 이불속에 쏙 감겨 꿈나라 행차시다.


달도 별도 잠든 것처럼 사방이 조용하다.

이 고요함을 안주 삼아 낮에 사 온 맥주를 꺼내어 램프를 켰다.


순간, 램프와 함께 어릴 적 왕할머니 방에서의 기억이 함께 켜졌다.


알 전구만으로 방안을 밝혔던 시골의 그 작은 방에서의 기억은 LED형광등의 현란함과는 다른 평온함이었다.

어쩌면 기억 속 저편으로 묻혀 잊힐뻔한 그날의 작은 조각들이 성냥을 켜면 보이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불쑥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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