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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 영아 Oct 29. 2023

너에게 보내는 사랑 편지

딸에게 쓰는 사랑 편지 #1.


지아야, 요즘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하지? 우리가 사는 남반구는 완연한 가을에 접어든 것 같구나. 한낮에는 여전히 햇빛이 눈부시게 내리쬐어 여름옷을 꺼내 입어야 할 정도이지만 공기는 확실히 차가워졌어. 가을의 공기는 맑고 신선해. 아침에 눈 뜨자마자 고양이 밥을 주려고 문을 열고 나서면 알싸하고 청량한 공기에 저절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되거든. 그 순간이 정말 좋더구나. 그 이후 바로 네 아빠가 가져다주는 모닝커피 한 잔이 어찌나 엄마의 하루를 행복하게 하는지!




높고 파란 하늘빛은 무언가 새로운 결심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 같아. 이번 가을에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고자 해. 이왕이면 사랑이라는 주제로 말이야. 엄마가 이십 대 때 좋아하던 공지영이라는 작가가 있어. 그 작가의 책 중에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라는 책이 있거든. 이제 막 스무 살이 되는 딸에게 편지 형식으로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과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는 내용이야. 엄마는 그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 나중에 엄마가 되어 만약에 딸이 생긴다면 나도 그렇게 따뜻한 편지들을 써주고 싶다 생각했던 것 같아. 오늘이 그 첫 시작이구나.




"12월 3일 12시 3분 건강한 여아를 출산하셨습니다."




정확한 의사의 멘트는 기억나지 않는데 대충 이랬던 것 같아. 출생 일시가 무슨 라임(Rhyme) 같았지. 그 말을 듣자마자 내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금세 눈물이 차올라 또르르 양옆으로 흘러내렸던 순간도 똑똑히 기억이 나. 우는 나를 보고 옆에 있던 마취과 의사였던가, 남자 간호사였던가 내 귓가에 대고 이야기해 주었지. 자기가 본 신생아 중에 정말 예쁜 아이라고, 축하한다고! 그 눈물은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었을까? 너를 드디어 만나게 된 것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을까?




그 이후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서로를 살피고 살포시 안아주지. 너를 안을 때 그 보드라움은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단다. 네 향기는 말로 표현이 안돼. 정말 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의 샘이 마구마구 솟아나 너에게 흘러넘치지. 사람들 말대로 둘째가 딸이라서 그런가? 나의 사랑, 나의 기쁨, 나의 에너지, 내 전부!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참 행복하구나.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리던 날, 무결점의 절대선으로 내게 와주었던 너! 너로 인해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어. 이제 일곱 살이 된 너는 가끔 엄마 몰래 무언가를 도모하기도 하고 뻔한 거짓말로 엄마를 속상하게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얼굴과 미소로 또 예쁜 그 말솜씨로 엄마를 설레게 한단다.




"You are the best mom ever! I love you more than you love me!"


어디서 그렇게 예쁜 말을 배웠을까. 앵둣빛 입술로 나에게 그렇게 속사여 줄 때마다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 내가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될 존재인가 하는 생각에 잘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되지.




부모의 사랑만 무한한 줄 알았어. 내리사랑이 최고인 줄 알았지. 하지만 널 만나고 보니 아이가 엄마에게 주는 사랑이 그 크기가 무한대더라고. 조건 없이 단지 내가 네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매 순간 너에게 사랑을 넘치도록 받고 있으니 말이야. 고마워. 그리고 나도 정말 사랑해.




사랑하는 딸, 앞으로 몇 주 너에게 편지를 쓸 거야. 한글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할 거야. 네가 틴에이저가 되면 이 편지들을 묶어 선물해 줄 생각을 하고 있거든.




자, 오늘도 좋은 하루!


(공지영 작가처럼 나도 마무리해보고 싶었어.)





2016년 너와 나. 이 사진을 우연히 찾았는데 그때의 감정이 새록새록해서 가슴이 벅찼단다. 아장아장 걸음마 하며 열심히 옹알이 하던 너. 사랑해.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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