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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 영아 Oct 30. 2023

길고 흰 구름의 땅, 아오테아로아


저희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모텔 이름은 Aotearoa Lodge입니다. 이름이 꽤 길고 생소하죠? 저도 처음에 모텔 이름 외워서 자연스럽게 발음하는데 꽤 힘들었어요.  오피스로 전화가 오면 보통, "Hello, Aotearoa lodge."라고 받게 되는데 보시다시피 r 발음과 l 발음이 연결된데다가 a 와 o 가 반복되다 보니 혀가 꼬이더라고요. 제가 들어도 어색하여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몇 번을 연습했는지 몰라요. 아오테아로아 롯지. 아오테아로아 롯지. 아오테아로아 롯지. 그래도 역시 아직도 가끔 틀린답니다.





Aotearoa Lodge 나의 일터, 나의 보금자리





Aotearoa 아오테아로아. 영어로 쓰여 있어서 영어 같긴 한데 발음해 보면 왠지 영어는 아닌 것 같고 이 생소한 단어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걸까요? 무슨 뜻일까요? Aotearoa 아오테아로아는 마오리 언어로 뉴질랜드를 가리키고 '길고 흰 구름의 땅'이라는 뜻이랍니다. 저희는 이 롯지의 세번째 주인인데 처음으로 이 롯지를 여신 분이 이렇게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주셨답니다. 저희 모텔 이름 Aotearoa lodge을  한국어로 굳이 번역하자면 '뉴질랜드 산장' 혹은 '뉴질랜드 오두막' 정도가 되겠네요. 물론 저희 롯지가 진짜 산장이나 오두막은 아니에요. 아름다운 정원과 넓은 잔디밭이 있는, 뉴질랜드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모텔 스타일 롯지입니다.





한여름 노을이 아름다운 아오테아로아 롯지





여기서 잠깐, 한국에서는 모텔 하면 그다지 이미지가 좋지는 않지요? 뭔가 도심 러브호텔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고 할까요? 하지만 뉴질랜드 지방을 여행하시다 보면 호텔보다는 지역 모텔 등을 더 많이 이용하시게 될 거예요. Motel은 원래 Motor Hotel의 약자라고 해요. 호텔처럼 고급스럽거나 레스토랑 등이 함께 있지는 않지만, 말 그대로 자동차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에요. 개인 욕실과 커피나 티를 마실 수 있는 시설과 함께 (조리 취사가 가능한 패밀리 유닛이 있기도 해요.) 편안한 침대와 소파 등이 있고 바로 앞에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숙소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희 롯지는 3.5성급 모텔인데요. 휘티앙가에도 보통 3성, 4성급 모텔들이 대다수이고, 독채로 빌리는 홀리데이 하우스들도 꽤 있고요, 물론 조금 저렴한 백패커들이 머무는 숙소나 요즘 유행하는 B&B도 보입니다.








아름다운 정원에 둘러싸여 새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다시 Aotearoa 아오테아로아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오테아로아가 마오리 말이라고 했지요? 마오리는 뉴질랜드의 원주민이에요. 검색해 보니 뉴질랜드 인구의 7.5% 정도 차지한다고 하네요. 생각했던 것보다 적네요. 제가 느끼기에는 뉴질랜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마오리들을 굉장히 존중합니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마오리어와 마오리 춤이나 노래, 문화 등을 배우고 텔레비전에도 마오리 채널이 별도로 있어요.


생각해 보니 뉴질랜드의 지역 명들 중 굉장히 새롭게 느껴지는 단어들이 있는데 아마 마오리어 지역명이 아닐까 싶어요. 휘티앙가 근처의 마을 이름들이 마타랑기, 쿠아오투누, 왕가마타, 마타마타, 타이루아, 멀리 로토루아 등등. 처음 들었을 때는 입에 잘 안익었던 기억이 있네요. 마오리 언어나 마오리 문화에 대해서는 언젠가 별도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죠.





사계절 아름다운 버팔로 비치



어쨌든 마오리 언어로, ao = cloud, dawn, daytime or world, tea = white, clear or bright 그리고 roa = long. 그래서 Aotearoa를 번역하면 "the land of the long white cloud" 길고 흰 구름의 땅이랍니다. 참 아름다운 뜻이지요? 이름 자체가 하나의 시구 같습니다. 길고 흰 구름의 땅.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네요.




뉴질랜드에서 살고 계시거나 여행 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뉴질랜드에서는 하루에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죠. 한여름에 구름 한 점 없는 쨍한 햇살 만끽하며 비키니 입고 수영하다가도 저녁이 되면 쌀쌀해서 카디건이 필수고요, 겨울에도 날씨 좋은 날에는 반팔에 플리플랍 신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는데 바로 옆에서는 습한 날씨가 너무 추워서 다운점퍼를 입고 다시는 사람들도 있지요. 티 없이 파아란 하늘과 잿빛 구름이 몇 분마다 줄다리기를 하다가 소나기와 바람이 휘몰아치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오테아로아 이름과 어울리게 하루에 수십 종류의 멋진 구름을 구경할 수 있답니다. 길고 흰 구름의 땅. 아오테아로아, 이름만큼이나 뉴질랜드는 자연이 참 아름다운 곳입니다.







길고 흰 구름의 땅, 아오테아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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