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 정 Sep 12. 2015

01. 관계의 착각

가까우면서도 멀고, 멀지만 제법 가까운 우리


 관계의 우위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시시각각 관계의 무게는 달라져간다. 


나는 종종 그 무게를 가늠해보곤 한다.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지만 어떤 이야기를 먼저 하기엔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입을 쉴새없이 움직이는 사람이고, 손이 쉴 틈없이 무언가를 향해 있지만 침묵을 지켜왔다. 그것이 나는 성숙하다고 믿어왔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나를 멀게만 생각했고 가벼운 웃음만을 주고받았다. 허탈감이 많아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갑자기 멀어보이는 순간이 찾아오는 건 한번쯤 있는 일이니까. 어른이 되어가는, 사회인이 되어가는 모습에 어색해지고 무거워졌다. 새벽에 글을 쓰고 생각을 멈추지 않았던 내가 무의식적으로 아침에 일어나 지하철에 타고 회사에 있는 내내 어떤 생각을 깊게 해보지 못했다. 그저 주어진 일에 충실했고 닥쳐오는 위기에 맞서고 상처에 연고를 덕지덕지 바르는 일밖에는 할 수 없었다. 생각을 깊이할수록 세상은 더 크게 파도처럼 밀려왔고 그럴 때마다 나는 무뎌진 외로움이 미친듯이 사무쳤다.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한 문장이, 그 단 하나의 사실이 너무나도 나를 아리게 만들었다. 말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지만 말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야속하기까지 하는 내 모습이 정말 솔직해서 우스웠다. 단지 그 뿐이였을텐데. '알아주는 것', 내가 밀어내도 다시 돌아올 마음들. 그것 뿐이였을텐데. 


그러다 문득,

내 앞에서 밥을 먹고 있는 너를 보았다.

너의 핸드폰 속에 빼곡히 내 마음을 담아낸 그녀를 보았다.


이들은 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나는 이들에게 어떤 바람을 채워주고 있을까. 어느새 입가에 아주 미묘한 미소만 남아있었다. 무엇을 바란 적도, 어떤 바람을 채워주는 것도 약속한 적이 없던 '우리' 사이였다. 관계의 무게도 거리도 생각할 틈이 없었던 참 묘한 관계. 다시 외로움은 무뎌져갔다. 



가까우던 멀던 그것이 진실이라는 자체가 '관계'의 정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