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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웨지니 Jan 25. 2021

이 시국의 국제 커플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 2

2020년 10월 초에 스웨덴을 떠나왔다. 2주 간의 자가격리를 거쳐 한국에서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언제 그렇게 붙어 있었냐는 듯, 각자의 자리에서 지내는 것도 익숙해졌다. 하지만 스웨덴을 떠나는 날부터 우리에게 어김없이 주어지는 과제가 있다. 다음에는 어디서 만날래? 어떻게 다음 만남을 가능하게 할래?


우리는 매번 없던 길을 만들어 만나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었다. 어떤 게 가능할지 그림을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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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는 어디서 만날까?


첫번째는 내가 또 스톡홀름에 가는 경우다.


기본적으로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동이 자유롭지 않지만 어쩌면 이번처럼 원격근무를 하고 있을 수도 있고, 회사를 그만 두고 가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수입이 끊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비자 문제로 말하자면, 이번에 무비자 체류기간을 다 써버렸으니 반년쯤 지나야 다시 갈 수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고 스웨덴에 일을 구하기라도 하면 더 오래 스웨덴에 머물 수 있겠지만, 언어 핸디캡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무엇보다 난 한국에 있고 싶다. 섬이조차 스웨덴이 아닌 한국을 더 좋아한다.



그럼 두번째, 섬이가 한국에 오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섬이는 아직 학부생이고 코로나 때문에 대학 수업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운신이 자유롭다. 문제는 현재 섬이가 한국에 입국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거다. 원래 한국과 스웨덴은 서로의 국가에서 무비자로 90일 체류가 가능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무비자 협정이 중지되었다. 그래도 스웨덴은 7월부터 한국과 일부 국가에 대해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주었고 그 덕분에 내가 건너갈 수 있었지만, 스웨덴 사람에 대한 한국의 빗장은 굳게 닫혀 있다(독일과 덴마크는 인류애를 발휘해 불쌍한 장거리 커플에 한하여 국경을 열어 주었다던데 한국은 그런 것도 없다). 무비자 입국은 아예 안 되고, 관광이나 어학 등의 목적으로 단기 비자를 얻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 시점에서 비자를 얻으려면 섬이가 한국 학교(대학원)에 입학하거나, 취업하거나, 한국 사람과 결혼하거나. 마지막 옵션은 가장 쉽다면 쉽지만 지금 고려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므로 제외.



그래도 다음번엔 한국에서 만나고 싶었다. 짧게 왔다 가는 것 말고, 이제는 한국에 자리 잡을 생각으로 건너왔으면 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학부 과정이 2년이나 남아 있는 꼬꼬마였지만 어느새 시간이 흘러 섬이도 졸업까지 마지막 한 학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여름까지 못 만나도 좋으니(아마?) 졸업하고 한국에 와서 취업을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국일까지 남은 시간을 세지 않아도 되도록. 나는 스웨덴을 떠나오기 전에 보낸 마지막 한 주가 참 힘들었던 것이다. 섬이와 다시 떨어지는 것도, 언니와 헤어지는 것도. 막상 한국으로 돌아가면 언제나처럼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영상통화를 하며 잘만 지낼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 마지막 한 주의 기분은 참 유쾌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떠나야 하는 게 싫어서 스웨덴에 다시 오지 않겠다고 하니 섬이가 황당해했지만 내 기분은 농담이 아니었다. 언니는 이제 계속 스웨덴에 살 사람이니 어쩔 수 없는 자매의 운명이라지만, 섬이는 한국으로 와서 살아.


그래서, 우리의 다음 만남 시나리오는 이렇게 정했다.


2021년 여름까지 각자의 능력치 안에서 열심히 돈을 모으고, 섬이가 무사히 졸업을 하면 워킹홀리데이 비자 찬스를 활용해서 한국에 건너온다. 지낼 곳은 직장인 누나인 내가 마련해준다. (섬이가 자력으로 보증금 모으려면 1년쯤 더 기다려야 할 판이라...) 섬이는 이태원에서 알바라도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비자 기간이 만료되어 쫓겨나기 전에 제대로 된 직장을 잡아본다. 그렇게 취업 비자를 따내고 한국에 정착한다.


하지만 위에 말한 대로 현재 코시국에서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려면 (결혼을 제외하고) 학생 비자, 비즈니스 관련 비자를 얻어야 한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도 중단되어 있었는데, 그 사실을 지난 주에야 알았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건너와 정착을 시도하려고 신나게 계획하고 있던 것이다. 이게 한 번 중단됐으면 코로나 상황에 큰 반전이 없는 한 재개되지 않을 테고, 백신 들어오는 속도를 봐선 적어도 2021년 한 해는 포기해야 할 각인데. 그러면 우리 여름에도 못 만나는 건가, 또 내가 스웨덴에 찔끔찔끔 건너가서(또 헤어짐의 시간과 일자리의 위협과 자가격리 2주를 감수해가며) 만나는 수밖에 없는 건가. 다리가 끊어진 것 같은 기분에 며칠은 멍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방법은 있을 거다. 우리는 노려볼 만한 비자의 옵션을 알아내기 위해 한 차례 비자 스터디도 했다. 별 건 아니고 한국에 외국인을 위한 비자의 종류와 자격요건은 무엇인가를 서칭하는 거다. 한 가지 고려해봄직한 건 D4 어학연수 비자였는데(이거는 지금 발급을 해주는지 또 확인해봐야겠지만), 계좌에 $10,000(천만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한 학기에 170만원인 어학당을 2학기 이상 등록해서 다녀야 한다. 거기에 별도로 생활비도 필요하겠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갓 졸업한 섬이에겐 그만한 여유자금이 없다. 내가 섬이를 자식 키우듯 부양할 게 아닌 이상 우리가 선택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가장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 섬이가 스웨덴에서부터 한국에 잡을 구해서 취업 비자를 얻고 한국에 들어오는 거다. 한국에도 스타트업을 포함해서 글로벌한 기업이 많고 외국 인재에게 열려 있는 일자리가 있을 테니, 문 두드리면 한 곳은 열리겠지. 섬이는 영어와 스웨덴어만 잘 하고 한국어는 못하지만, 천만다행히도 프로그래밍 전공이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할 생각만 하면 자신이 없어 쪼그라들던 섬이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희망을 갖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건너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회사 동료 A.W가 아낌없는 조언과 정보를 주고 있어서 무척 고맙다. 실제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어쩌다보니 극한의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힘들지는 않다. 물리적으로 붙어 있지 않아도 충분히 함께하며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관계는 안정적이다. 다음 만남에 대한 계획이 막연하게라도 있다면 한동안 떨어져 있는 것도 괜찮다. 갑자기 장거리 연애가 '힘들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다음 만남에 대한 구상이 틀어지고 다음이 그려지지 않을 때다. 다음 만남을 희망적으로 그릴 수 있다면 그때를 준비하며 지금도 잘 보낼 수 있다. 한국어 못하는 외국인 프로그래머가 신입으로 한국에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가 있다면 부디 나누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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