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첫발을 뗀 이야기와 솔직한 회고
프리랜서 마케터로 일한지 만 2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한 발 한 발 걸어오면서, 불안해지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내가 이런 방식으로 얼마나 일을 이어갈 수 있을지, 회사 밖에서 내 가치는 어느 정도일지 확신할 수 없어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했었고요.
하지만 한 업무가 끝나도 새로운 업무가 그 자리를 메워주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하고, 또 어떤 고객사와는 잘 맞아서 장기간 함께하기도 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안정감과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물론, 앞날을 멀리 내다볼 수 없는 것은 여전하지만요.
저는 비교적 수월하게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갈아탄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준비를 하지도 않았고, 브랜딩도 되어 있지 않았는데도 지난 2년간 한 번도 일이 끊긴 적이 없었고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적게 일하면서 더 많이 벌기도 했거든요. 모든 게 제 실력이라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운이라고만 할 수도 없어, 운 50% 실력 50%의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2년을 회고하며, 프리랜서로 첫발을 뗀 저의 이야기를 남겨 보고자 합니다.
2022년 10월, 저는 갓 이직한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모두가 밝은 미래를 꿈꾸며 전체 워크샵을 한 지 겨우 2주가 지났을 때였어요. 경기가 얼어 붙으며 그동안 낙관하던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고, 상황은 완전히 변해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무척이나 미안해하며 회사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저도 오래 몸담을 회사를 찾고자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입사한 회사였고, 면접에서 저를 좋게 평가했던 대표님은 제 마음을 움직여 이 회사에 오도록 만든 장본인이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전하기가 더욱 미안하셨을 거예요. 한 명도 아닌 여러 팀원들에게 이런 말을 전해야 하는 대표님의 무거운 책임감이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그 권고사직은 저에게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을 위한 신호가 되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내려놓을 용기가 없어 망설이던 제 등을 발로 뻥 차면서 시원하게 알려주는 것 같았어요. "직장도 어차피 안정적인 게 아니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그래도 한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저는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직하지 말고 프리랜서를 해보자.
제가 프리랜서에 도전하고 싶었던 건, ‘회사를 벗어나고 싶어’라든가 ‘나만의 일을 하고 싶어’ 같은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회사를 떠나 나만의 일을 하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저는 직장 생활을 하며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이 꽤 체질에 맞아서 굉장히 벗어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저에게 필요한 건 일하는 공간의 자유였어요.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해외에서도 일할 수 있는 자유 말이죠.
공간의 자유를 원한 것은 지극히 사적이고 로맨틱한 이유 때문이었답니다. 제 남자친구는 비행기 타고 10시간은 날아가야 하는 북유럽에 사는 외국 남자거든요. 인생 계획에 전혀 없던 국제 연애를 하게 되면서, 6~8개월에 한 번 겨우 만나는 난이도 극상의 장거리 연애를 하며 3년 가까운 시간을 보냈어요. 우리가 함께 하기 위해서는 둘 중 한 명이 상대방의 나라에 가야만 했는데, 각자의 일이 있어 삶의 터전을 옮기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남자친구도 자기 상황에서 가능한 만큼 한국에 와서 지냈지만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였고, 제가 계속 한국에서 직장을 다닌다면 기약 없는 장거리를 또 해야할 판이었거든요.
그래서 프리랜서에 도전하겠다는 바탕에는, 남자친구네 나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1년을 지내보겠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만 30세로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였거든요. 지긋지긋한 롱디에서 벗어나 1년을 함께 지내고, 또 그 나라의 사계절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어디에 사는 것이 좋을지 결정하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한창 커리어가 급물살을 타는 시기에 갑자기 외국에서 식당이나 카페 알바를 하고 싶지는 않았고, 언어장벽 탓에 현지 취업도 어려울 것 같으니, 지금 하는 일을 해외에서도 계속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죠.
물론,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알려진 마케터도 아니고 일감을 소개해줄 만한 인맥도 없는 내가 부업도 아닌 전업 프리랜서로 일할 수 있을까? 잘 키운 SNS 하나 없이 그저 회사 안에서만 머물던 제가 어떤 준비도 없이 프리랜스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당시 조금은 무리하게 보였던 외주의 기회를 잡은 것, 새로 이직한 회사가 나를 내쳐준 것, 적절한 시기에 옛 인연의 연락을 받은 것, 그 모두가 겹치면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갓 이직한 회사에서 잘린 그 시기, 저는 처음 마케터로서 외주 일을 시작해본 차였습니다.
시작은 가벼웠습니다. 이직을 위해 한창 면접 보고 다니던 때, 링크드인에서 어느 스타트업의 대표님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그건 전문가와 고객사를 연결해주는 사이드잡 플랫폼 '원포인트'였어요. 전문가로 프로필을 등록해두면 외주 일을 연결해주겠다는 제안에, ‘정말 이걸로 일이 들어올까?’ 반신반의하며 제 프로필을 등록했어요. 마침 백수였으니, 본업의 역량을 활용해 알바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테니까요.
두 달 후에야 첫 업무가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저는 이직에 성공하여 막 새로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상황이라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여유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회사에서 필요한 역량을 익히느라 퇴근 후에도 매일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공부하고 있는데, 여기에 외주 일까지 받는 건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었죠. 추가적인 수입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요. 그렇지만 지금을 놓치면 또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를 일이고, 실제로 이런 외주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고정된 월급 외에 다른 방식으로 수입을 만들 기회라는 건,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잖아요. 그래서 일을 받았어요.
주 3일, 겨우 퇴근하고 나서 또 다른 업무가 기다리고 있다는 건 꽤나 지치는 일이었지만, 그때 첫 '외주' 마케팅 업무를 시작한 것이 결과적으로 제게는 굉장히 큰 도약이 되었습니다. 그 일이 아니었다면 프리랜서 마케터로 일하는 것 자체를 생각하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첫 업무 이후로 원포인트는 계속해서 제게 좋은 고객사를 연결해주었고, 저는 원포인트에서 꽤 여러 고객을 만났습니다. 서비스 런칭을 준비 중이거나 갓 런칭한 비즈니스의 경우에는 초기 사용자 유입과 데이터 트래킹 환경 세팅을 도와주었고, 제품과 수익 모델이 갖춰져서 지속적인 마케팅을 필요로 하는 고객사와는 1년 이상 함께하기도 했어요. 물론 원포인트와 같은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는 경우 보수의 일부를 셰어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직접 업무를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준비 없이 프리랜싱을 시작하는 마케터에게는 고맙고 든든한 플랫폼임에 틀림 없습니다.
다른 경로 중 하나는 재미있게도 과거의 면접이었습니다. 1년도 더 전에 면접을 보았었고, 저를 탈락시켰던 회사의 대표님이 제 링크드인을 찾아 연락을 주셨던 것입니다. 그 타이밍도 딱 제가 프리랜서 도전을 결심할 즈음이었어요. 그분은 저에게 커피챗을 요청하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에 지원해주셨을 당시에는 퍼포먼스 마케터는 많은 광고 예산을 다루어보았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기에 현진님이 말씀하시는 ‘최소한의 리소스로 가장 좋은 효율을 내야 한다’는 좋은 철학을 놓쳤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인터뷰를 할 때마다 현진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습니다. 당시 ㅇㅇㅇ(전 회사)에서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사용자를 유입시키고, 더 많은 진성 유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기획하고 노력하셨던 것들이 생각이 납니다.
면접을 본지도 한참이 되었는데, 여전히 내 이력을 기억하고 이렇게 다시 연락을 주실 만큼 아쉬워하셨다니 그때 떨어져서 서운했던 마음이 다시금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분은 물론 마케터 채용을 염두에 두고 연락을 주신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분과 만나 대화를 나누며 지금은 새로운 곳에 이직하기보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고, 그게 받아들여져서 연말연시 성수기 시즌, 3개월의 프로모션 기간 동안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헤어져서 각자 갈길을 걷다가, 다시 1년이 지날 즈음 연락을 주셔서 또 한 번 프리랜서로 함께 일하게 되었고 이번에는 3차례나 계약을 연장해가며 한 해를 꽉 채워 함께했습니다.
제가 프리랜서로 함께 일한 팀은 거의 소수 멤버의 극초기 스타트업이었는데요. 이 회사만은 100명이 넘는 규모의 팀이라서, 멤버들에게 주어지는 복지도 이벤트도 많은데, 저만 정식 멤버가 아닌 프리랜서로 애매하게 걸쳐진 포지션이라는 것이 아닌 척 해도 어색할 때가 있었습니다. 저만 풀타임이 아닌 주 20시간 파트타임이었고, 또 1년 간이나 시차가 있는 해외에서 원격으로 일했으니 회사와 팀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불편이 따르는 일이었을 테지요. 오래 함께하고 싶을 만큼 좋은 회사였지만, 정규직으로 합류하지 않는 이상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프리랜서를 고집하는 제게 두 번이나 중요한 시기의 마케팅 업무를 맡겨주고, 1년이 넘는 긴 시간 멤버로 대해주어서 이 역시 제게 은인 같은 고마운 회사입니다. 만약 처음 면접을 봤을 때 합격해서 아예 이 회사에 입사를 했었더라면, 제 커리어의 방향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뿐만 아니라 또 프리랜서를 시작할 시기에 딱 연락이 와서 저에게 일을 소개해주었던 고마운 지인분도 계셨습니다. 음, 이쯤되면 실력 50% 운 50%가 아니라 운이 80%라고 시인해야 할 것 같은 생각도 드네요!
우선,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면서 많은 것을 얻었고, 누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프리랜서 마케터로서 일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에 만족하는 가장 큰 세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먼저, 제 삶에 꼭 필요했던 일할 공간의 자유를 얻었습니다. 지난 2년 중 1년 반은 남자친구의 나라에서 함께 지냈고,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일하고 충분한 벌이도 얻으며 커리어도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원하고 계획했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100% 만족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2. 그 다음으로 중요한, 수입이 늘었습니다. 보통 한시적인 계약이라 고용이 불안정하며, 사대보험이나 정규직으로서 얻을 수 있는 다른 복지가 없다는 점 때문에 프리랜서는 정규직일 때보다 시간 대비 높은 페이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일감을 지속적으로 충분히 받아서 이어갈 수 있다면 회사를 다닐 때보다 적게 일해도 많이 버는 것이 가능하게 됩니다. 저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주 30-35시간 정도에 소화할 수 있는 업무만 받았습니다. 그래서 직장인일 때보다 조금 여유 있게 일하면서도, 직장인일 때는 만져볼 수 없던 월 수입을 얻게 되었습니다.
3. 세번째는, 짧은 기간에 여러 업무를 경험할 수 있어 다채롭고 또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직장인일 때는, 한 회사를 다니는 동안 내가 가진 모든 시간과 아이디어는 한 가지 비즈니스를 위해서만 사용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만 보게 되잖아요. 하지만 프리랜서는 시간을 나누어 2개 이상의 비즈니스를 동시에 경험하게 되므로, A 회사 업무를 하며 얻은 지식과 인사이트를 B회사의 업무에도 적용하게 되고 반대로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한 곳에 풀타임으로 일할 때와 달리 같은 기간에도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실험하며 성장하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저는 관심사가 다양하고, 또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좋아하는 성향이라 한 직장만을 우직하게 오래 다니는 것은 잘 맞지 않는데요. 직장인으로서는 회사를 옮기는 것이 큰 결정이고, 잦은 이직은 이력서를 지저분하게 만들 뿐이니 수 년을 일해도 통상 1-2개 비즈니스 밖에는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프리랜서는 고객사가 주기적으로 바뀌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이 저를 더욱 자유롭게 해주었습니다.
물론 프리랜서이기에 생기는 단점도 있고, 지난 2년을 돌아볼 때 스스로에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일해왔고, 어떻게 계속 일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등도 내키는 대로 천천히 풀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