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사육

by 한승우

“자 아기돼지들아, 지금부터 그 우리 안에서의, 너희들만 사회 안에서의 규칙을 하나 정하자고. 난 앞으로 하루에 세 번씩 이 우리에 찾아와서 너희에게 밥을 줄 거야. 어떤 방식으로 줄 거냐고? 뭐가 이렇게 급해. 안 그래도 지금 막 말하려고 했어. 간단해. 머리 쓸 것도 없어. 그냥 막 뿌릴 거야. 너희가 있는 우리 안으로 대충 던져줄 거야. 그럼 너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누구보다 열심히 먹어! 서로 치고받고 싸우며 경쟁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먹이를 차지하라고!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에, 너희가 어른이 되었을 때 마지막 모습으로 너희들을 평가할 거야. 물론 10년 후, 너희가 10살이 되었을 때에도 중간점검이 있을 거야. 그래서 그 중간점검으로 나뉘는 등급에 따라 남은 10년 동안 너희가 지낼 수 있는 공간의 질도 달라질 거야. 자 그럼 어떻게 하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을까? 덩치가 크면 클수록 너희는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20살이 되었을 때 1등급을 받게 되면 엄청난 선물이 있을 테니 다들 기대하라고! 자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한다! 애들아 많이 먹고 쑥쑥 크렴!”


중간점검

“넌 그 누구보다 많은 먹이를 차지하여 잔뜩 덩치를 키웠으니 가치 있고 성공한 거야! 넌 1등급이다. 저기 푹신하고 따뜻한 짚으로 되어있는 곳으로 가!”

다른 돼지들이 1등급 받은 돼지를 대단하다며 우러러본다.

“그럼 반대는 실패한 쓰레기겠지? 야 거기 구석에 숨어있는 제일 쪼그만 녀석. 다 보인다. 당장 튀어나와. 숨을 거면 좀 제대로 숨지 그랬어? 어? 이리 와, 이리 와. 빨리 안 와?”

그러더니 그 쪼그만 녀석의 머리를 세게 쥐어박으며 하는 말이.

“이런 게으른 쓰레기 같은 자식. 저기 지저분하고 차가운 땅바닥으로 가. 너 같은 쓰레기한테는 거기가 딱이다 야.”


20년 후

“애들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 드디어 어른 돼지가 되었구나. 거기 제일 덩치 큰 1 등급 녀석 이리 와 봐. 아이고 너무 예쁘네. 참 잘 자라주었구나. 그동안 수고했어. 자 이리 나와! 그 답답한 우리 안에서 벗어나 나와 함께 가자꾸나.”

다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우리 밖의 세상에 나가본 적이 없었기에 그를 우러러보거나 시기하고 질투한다. 우리 안은 금세 꿀꿀거리는 소리들로 가득해져 정신이 없었다.

“다들 입 안 다물어? 질투만 하지 말고 너희들도 나가고 싶으면 이 녀석만큼 덩치를 키우라고! 이 녀석 좀 보고 본받으라고! 애들아, 솔직히 너무 공평한 게임 아니야? 모두에게 같은 조건이 주어지고 그 누구보다 많은 먹이를 쟁취하는 돼지가 승리하는 게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돼지 있으면 나와봐. 그리고 결국 이 게임은 다 너희들을 위한 거라고! 너희들의 자유를 위한 거라고!” 그러더니 그 녀석을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날 이후 나는 그 녀석을 다시는 볼 수 없었다.

그 녀석은 우리가 누릴 수 없는 자유를 되찾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겠지? 부디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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