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사회 1

제1장

by 한승우

빛이 어둠을 야금야금 집어삼킨다. 떠오르는 태양이 저녁 하늘을 서서히 몰아내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잠자리에 들었던 동물들이 하나둘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우리 마을 뒤편에 있는 절벽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이 내게 주는 선물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오늘도 어쩔 수 없이 피곤에 찌든 무거운 몸을 겨우 이끌고 나온 친구 승연이를 보고 나는 절벽 위에서 가볍게 점프하여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내려왔다. 그러자 승연이는 말했다.

"야, 진짜 너 그러는 건 볼 때마다 신기하다. 어떻게 그 높이에서 멀쩡하게 살아 내려올 수 있는 거야?"

내가 내려온 절벽의 높이는 대략 30m쯤 되는 꽤 높은 절벽이었기에 그는 낯선 장면이 아님에도 또다시 놀라워했다.

"몰라, 나 어려서부터 높은 데서 잘 내려왔잖아. 남들보다 작고 가벼워서 그런가 보지 뭐." 하고는 같이 아침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아침은 흰쌀밥에 미역국, 김치, 그리고 흰우유가 나왔다. 오늘의 아침 메뉴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식사 후 있을 달리기 훈련을 위해서라도 나는 그냥 음식들을 꾸역꾸역 밀어 넣어야 했다.


우리 동물들의 사회에서는 하나의 관습이 있다. 바로 달리기 시합을 통해 순위가 매겨지고 그 순위로 등급이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매달 14~19살 사이의 어린 동물들은 모두 달리기 시합에 필히 참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로 매겨진 순위에 따라 등급이 나누어진다. 매달 있는 시합은 그저 19살,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에 치르게 될 최종 달리기 시합을 대비하기 위해 자신의 현 위치를 파악하는 시합이다. 매달 있는 시합의 결과가 그닥 좋지 않았더라도 최종 달리기 시합만 성공적으로 해낸다면 그 전까지의 기록들은 모두 만회된다. 왜냐면 어린 동물들은 오직 19살의 끝에서 치르게 되는 최종 달리기 시합의 결과로만 20세가 되면, 즉 어른이 되면 특정한 무리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치고, 고되고, 답답해도 모두들 꾹 참고 묵묵히 달리기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1등급을 달성하게 되면 '사냥꾼'이라는 무리에 가입할 수 있으니까. 그 무리에 가입하게 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풍족한 식량이 주어진다.

2등급을 달성하게 되면 '사냥개'라는 무리에 가입하여 그냥저냥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들은 '사냥꾼'들에게 굴복하며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살아간다.

나머지 3등급을 달성하게 된 동물들은 어느 무리에도 가입할 수가 없다. 그들은 하루하루를 매우 힘들게 살아가게 된다. 모두에게 실패자라고 무시당하면서.


이게 지금 우리 사회에 자리 잡혀 있는 하나의 틀이다. 그리고 다들 이 틀 안에서 벗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간다. 달리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 어린 동물들의 하루하루는 모두 매달 마지막에 있는 달리기 시합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일어나서 달리기 훈련장에 가는 시간과 그곳에서 밥을 먹는 시간들을 제외하면 아무리 아프거나 힘들다 해도 다들 하루종일 그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며 쉬지 않고 달린다. 자신의 삶이 너무 힘들고 고달파 자신이 도대체 왜 달리기 훈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일어나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한다.


이런 매일 똑같은 하루하루에 너무 지치고 답답하다고 불평하는 동물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누거도 앞에 나서서 "이건 뭔가 잘못되어도 너무 잘못됐어!"라고 말을 하지 못한다. 나를 포함한 용기 없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티며 보낼 뿐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어도 다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에 존재하기를 포기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사회가 이런 것을 뭐 어쩌겠어... 다들 열심히 사는데 나도 투덜대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지."

그렇게 새로운 하루가 또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