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사회 2

제 2장

by 한승우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리기 훈련장에 와있다. 동물들은 이른 아침부터 잠도 덜 깬 상태로 몸을 풀고 있었다. 훈련 때문인건지 눈부신 햇살 때문인건지 몰라도 다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렇게 서서히 몸을 풀고 있으니 벌써부터 곧 다가올 훈련시간 생각에 진이 빠졌다. 그냥 당장 집에 가고 싶었다.


“야, 그나저나 오늘은 몸 좀 괜찮냐? 어제 아파서 일찍 집에 갔다며?”

내가 승연이에게 묻자 그가 참 그답게 대답한다.

“에이 아프긴 뭘 아파. 그냥 하루 쉬고 싶어서 꾀병 좀 부렸지.”

나는 소리 없이 픽하고 웃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며 나는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그렇게 사소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하는데 그가 내게 속삭였다.

“야 조용히 해. 저기 사냥꾼 온다.”

사냥꾼들은 우리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다. 사냥꾼들은 모두 네발을 가졌으며 큰 덩치를 지녔고, 달리기가 매우 빨랐다.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나머지 동물들을 모두 잡아먹을 수도 있을 터였다. 아 한 사냥꾼 빼고. 그는 두발과 날개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덩치도 꽤 크고 네발 달린 어느 사냥꾼들 못지않게 빠른 달리기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나에게 그는 늘 존경의 대상이었다. 두발과 쓸모없는 날개 달린 나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였기에. 오늘은 사냥꾼 중에서 유일하게 두 발 달린 그 사냥꾼이 우리 팀의 교관으로 나왔다.

“자 오늘은 누구 빠진 사람 없지? 승연이도 잘 나왔는데.”

잔뜩 얼어버린 우리를 풀어주려 한 배려 같았다. 나는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후 달리기 훈련이 시작됐다. 훈련은 각 팀마다 30명씩 배정되어 진행되고 하루에 자신이 속한 팀 구역에 있는 초원을 100번 왕복해서 뛰면 하루의 훈련이 끝난다. 오늘도 참 막막하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으니까 한숨 한번 푹 쉬고 달리기 시작한다. 훈련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뭐 어쩌면 당연하게도 항상 1, 2, 3등급 순서대로 훈련이 끝난다. 그런데 1등급 애들이라고 이 훈련이 즐겁겠는가. 그들도 힘들지만 사냥꾼이라는 무리에 들어가겠다는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고 꾹 참고 계속하여 달린다. 그렇게 모두들 앞만 보고 달린다. 너무너무 힘든 우리는 스스로 생각이란 걸 해볼 여유조차 없다. 정해진 길을 향해 계속하여 나아갈 뿐. 그것만이 행복을 위한 길이니까. 나도 더 열심히 뛰어야지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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