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사회 18

제18장

by 한승우

나는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며 끝없는 절벽 아래를 향해 곤두박질쳤다. 무서웠다.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그 혼자만의 싸움 속에서 나를 도와줄 동물은 아무도 없었다. 순전히 나 스스로에게 달린 싸움이었다. 이제 와서 괜히 후회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했다. 왠지 이 상황이 낯설지가 않았다. 나를 에워싸던 두려움은 이내 알 수 없는 두근거림으로 변해갔다. 어느새 나는 날개를 이용해 자세를 취하며 내려가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그렇게 미워하던 날개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서서히 내 날개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나는 내 두 날개를 있는 힘껏 펼쳐 들고 날갯짓을 하며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며 빙글빙글 날아다니다 새벽하늘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달빛과 별빛들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 삶은 원래 이토록 아름다운 거였어. 경이롭고 행복하고 사랑이 가득한 거였어. 난 왜 이걸 여지껏 잊고 살았을까. 난 이제야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살아 있음을 느껴.’

나는 이 순간에 다른 누군가의 가면을 쓰지 않은 채 나 스스로로 존재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살아 숨 쉬며 이 순간에 존재함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진정한 깨달음을 얻자 온몸에 전율이 일며 달빛과 별빛들이 내 주위를 감쌌다. 나를 둘러싼 공기가 달라짐이 느껴졌다. 나는 이제야 내 자신을 찾은 거였다. 내 몸이 온 힘을 다해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를 상처 주고 아프고 힘들게 하던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였다. 그 사실을 깨닫자 내게 모든 것이 단순하게 다가왔다. 더 이상 그 어떤 외적인 것들도 나를 붙잡아 놓을 수 없었다. 나는 이 기쁜 소식을 아저씨에게 전하기 위해 곧장 아저씨가 머무는 오두막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는 온 마을에 울려퍼질만큼 고래고래 소리쳤다.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봐요! 빨리요!”

아저씨는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오두막에서 나와 말했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나는 그의 주위를 빙빙 날며 한껏 흥분하여 말했다.

“이걸 보라구요 아저씨. 제가 날고 있다구요! 사실 행복은, 사랑은 언제나 제 안에 있었어요. 그동안 제가 눈을 떠 그 사실을 보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뿐이였어요.”

아저씨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너가 반드시 해낼 줄 알고 있었어. 그게 조금 늦든지 빠르든지 간에 말이야. 자 이제 너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든 그곳을 향해 날아가. 너가 그렇게도 미워하던 너의 그 두 날개가 너를 너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줄 거야. 그런데 앞으로의 여정에 있어서 이 사실을 두번 다시 잊어서는 안 돼. 너는 너의 있는 모습 그대로 참 아름답다는걸.”

매거진의 이전글동물들의 사회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