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장
나는 이른 새벽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던 곳으로 갔다. 그 앞으로는 바로 깎아내린 듯한 절벽이 있었다. 여전히 저 달과 별들은 나를 그 빛으로 포근하게 감싸준다. 그들은 나에게 언제나 조건 없는 사랑을 전해주는 듯했다. 나는 그들 아래에 선 채 고민에 빠졌다. 겁이 나서 차마 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우리 사회 안에서도 용기없던 겁쟁이니까. 변화를 두려워하며 사회의 안정성만을 추구하던 겁쟁이니까. 그런데 어차피 한번 포기했던 목숨이 아닌가? 나의 진정한 행복을 되찾기 위해 두렵더라도 한번 도전을 해봐야 하지 않겠어? 물론 죽음을 각오해야 할지도 몰라. 어쩌면 크게 다쳐서 평생을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남들 도움 없이 살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나는 지금처럼 계속 머물러있을 건가? 사회의 안정성에 길들여져 평생을 현재에 안주하고 살아갈 건가? 행복하지도 않은 상태로 평생을 사회에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갈 건가? 두려움에 떨며 용기를 내지 못한다면 난 분명히 내가 그렇게 답답해하던 우리 사회의 틀 안으로 다시 나 스스로를 맞추어 나가겠지. 난 이미 그 동물원안의 삶에 한번 길들여진 채 평생을 살아온 적이 있으니까 어쩌면 그게 더 쉬울지도 몰라. 그런데 나는 그 동물원 안에 갇혀 있을 때 전혀 행복하지가 않았어. 그 안에 갇혀서 적당히 말 잘 듣고 지내면 어느 정도의 식량과 함께 안전하게 평생을 살아갈 수 있겠지만 난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니야. 나는 자유롭고 싶고 행복하고 싶어. 내가 원하는 건 그게 다라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난 후 나는 내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더라도, 크게 다쳐 평생을 남들의 도움 없이 살지 못하게 되더라도 차라리 그게 나을 것 같았다. 해보지도 않고 내 스스로를 과거에 머무르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달과 별들이 빛나는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에서 절벽을 향해 내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