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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의 사회 16

제16장

by 한승우

아저씨는 이야기를 마치고 침대 옆 책상 위에 그 책을 올려놓은 뒤 오두막에서 나가셨다. 나는 피곤해서 당장은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너무 많은 내용들이 내게 한꺼번에 들어와서 그런지 나는 혼란스럽고 머리가 아팠다. 푹 자면 나아질 거 같아 눈을 감고 오랜 시간 누워있었는데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내가 아직 사회에 물들지 않았든 순수하든 어린 시절에 나는 푸른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항상 밤에 잠들기 전 침대에 누운 채 눈을 감고 내 머리 안에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 시절의 나는 밤마다 내 머리 안의 세상에서 하나의 구름 되어 하늘을 떠다녔다. 그런 상상을 하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참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나이를 먹어가며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았고 어느샌가 내 꿈을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고? 나는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 세상에 하늘을 구름처럼 떠다니는 동물이 존재한다고? 심지어 그는 나와 비슷한 존재였다니. 나처럼 작고 두 다리와 날개를 지닌 존재였다니.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점점 나를 책 속으로 이끌었다. 나는 등불을 켜고 그가 남긴 책을 펼쳤다. 이 책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그는 정말로 구름과 같은 존재였던 걸까?

그의 말에 의하면 이 세상에는 노란 모래로만 가득한 엄청나게 덥고 건조한 땅과 산들이 있다고 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새파란 소금물로만 이루어진 장소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간들이 사용하는 엄청나게 커다랗고 높은 까만 상자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참 신기하지 않은가? 만약 이것들이 모두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는 꼭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도 어린 시절에는 나처럼 달리기 시합에만 열중하던 열등생이였던 걸로 보인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힘들게 살아가던 그는 너무도 지친 나머지 결국 절벽에서 몸을 던지기로 결심을 했고 그 날 그는 마치 운명처럼 처음으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고 했다.

그리고 여기 그 당시의 그가 담긴 기록이 남아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이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차마 말로 다 담을 수가 없다. 단 한 가지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이 세상에서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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