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사회 15

제15장

by 한승우

그렇게 해는 땅속으로 들어가고 달과 별들이 다시 내게 찾아왔다. 시간은 참 빠르다. 지나고 보면. 나는 오두막에 등불을 켜고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약간의 식량, 물과 함께 어떤 책 한 권을 들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왔다.나는 피곤한 나머지 아저씨와 식량을 나누어 먹으며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책이 무엇인지도 그 당시에는 별로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아저씨는 그런 나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나는 이전에 너와 비슷한 녀석을 만난 적이 있어. 그는 나와 비슷한 성격을 지녀서 금세 가까워질 수 있었지. 그는 너처럼 작고 두 다리와 날개를 지닌 녀석이었어. 그에게 나는 이 세상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전해 들을 수 있었지. 그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나본 하늘을 떠다니는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그 당시의 나는 오히려 그를 부러워했단다. 구름처럼 자유롭게 세상을 떠다닐 수 있다는 사실에 말이야. 그는 내가 그동안 만나왔던 그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단다. 그건 그가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그런데 그런 그도 너와 같은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단다. 그리고 너 역시….”

난 아저씨가 하는 말이 너무도 터무니없이 느껴졌다. 그래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그냥 말을 끊어버렸다.

“네? 저 하늘의 구름처럼 하늘을 떠다닌다고요? 에이 그건 말도 안 돼요. 우리 동물들은 하늘을 떠다닐 수 없어요.”

“믿고 안 믿고는 너의 자유야. 나는 그저 너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뿐이란다. 여기 내가 너를 위해 들고 온 이 책은 그가 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써내려간 여러 기록들을 모아놓은 책이야. 그는 그가 경험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음으로써 어쩌면 그가 겪은 시행착오들을 너처럼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동물들에게 전해주어 도움을 주고 싶었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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