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갑자기 너무도 많은 내용을 흡수한 나는 그 내용들이 완전히 다 정리가 되질 않았다. 아저씨도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걸 알아챘는지 잠시 내게 조용히 생각할 시간을 주셨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흘러 해는 벌써 주황빛을 띠며 땅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나와 함께 천천히 내가 머물던 오두막을 향해 걸어 내려가며 편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느새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꽤나 가까워져 있었기에.
“수많은 다수의 동물들이 무언가에 대해 옳다고 여겨도 그게 항상 옳은 것은 아니야. 그들은 본인의 눈이 아닌 사회의 눈으로밖에 사회를 바라보지 못하거든. 그들은 그렇기에 항상 온갖 유행에 휩쓸리고는 하지. 어떤 유명한 동물이 옷이나 신발을 사면 그걸 보고 따라 사고. 누가 어떤 사업을 했는데 잘 되면 너도나도 가릴 거 없이 그 사업에 뛰어들고는 하지. 그리고 너희 사회의 어린 동물들은 하루의 훈련이 끝나고 나서 지칠 대로 지쳐있더라
도 따로 식량까지 바쳐가며 잘 가르친다는 유명한 사냥꾼들에게 개인적으로 달리기 수업을 받고는 하잖아? 나는 음악을 엄청 좋아하는데 너희 사회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야. 모두들 어린 시절부터 초원이라는 사회의 축소판 즉 사회라는 동물원의 축소판에서 길들여질 만큼 길들여진 동물들은 자신만의 색깔이 없어. 그저 사회가 칠해놓은 색인 경우가 대다수야. 그래서인지 요즘 음악들은 대부분 다 똑같아. 모두들 유행만을 따르고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음악은 하지를 않아. 소수의 인기 있는 다른 동물들의 것을 베끼며 마치 자기 색깔 인양 연기하지. 다들 평생을 동물원 안에 갇혀 길들여진 채 자신의 본모습을 잊고 똑같이 살아왔으니 개성이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해. 그래서 유행만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겠지. 너희 사회는 그렇게 서로 열심히 따라 하기에만 바쁜 문화가 자리 잡아있어. 그 이유는 간단해. 어려서부터 배워 온 것이라고는 자신의 본래 모습을 버리고 기존의 시스템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는 것뿐이니까. 그저 열심히,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뿐이니까. 그렇게밖에 배운 적이 없으니까.
그러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봐. 어려서부터 너희 사회가 어린 동물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잖아.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사냥개가 되라는 거지. 그래야 사냥꾼들이 편하게 자리에 앉아서 그 사냥개들을 이용할 수 있을 테니까. 너희 사회는 어린 동물들을 그런 존재로밖에 보지 않아. 그렇기에 그들은 어린 동물들을 사회의 질서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정해진 틀 안에서밖에 생각을 못 하는 기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교육을 시켜버리는 거지. 그런데 여기서 조금만 생각을 해봐도 그들을 탓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결국 너희 사회의 사냥꾼들이나 나머지 보통 동물들이나 결국은 다른 동물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식량을 차지하기 위해서 서로를 짓밟고 끊임없이 경쟁하며 삶을 살아가. 모두의 초점이 결국에는 식량만을 향해있다고. 어디서 무엇을 하든지 간에 말이야. 너희 사회의 사냥꾼들도 어린 시절부터 그 사회에서 살아왔기에 달리 다르게 생각할 수가 없었고 그들 역시 너희 사회 교육의 피해자일 뿐이야.
결국 그 무언가가 단단히도 잘못된 사회에서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간 사람들 모두가 다 똑같은 거야. 동물원 안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키기로 마음을 먹지 않고 오히려 그들은 그 사회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그 안에서 벗어나기를 거부해 온 거거든. 사실 사회를 탓하며 끝없이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용기를 내어 변화하기를 선택하면 그 안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