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사회 13

제13장

by 한승우

“근데 아저씨. 저는 아저씨가 참 부러워요. 아저씨가 지닌 네 발과 그 빠른 달리기 실력 그리고 큰 덩치까지. 아저씨는 분명 아주 타고난 인재에요. 우리 사회가 바라는. 아저씨가 내가 살던 사회의 일원이였다면 저와 다르게 분명 엄청나게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 거에요.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러자 아저씨는 내게 말했다.

“당신은 당신에 대한 사랑이 손톱만큼도 남아있지 않군요? 왜 있는 그대로의 당신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고 스스로 끊임없이 불행해지기를 선택하고 있는 겁니까?”

나는 너무도 쉽게 바로 답할 수 있었다.

“그야 저는 두 발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두 날개를 지닌 사랑받을 만한 점이 하나도 없는 작고 볼품없는 존재이거든요.”

그러자 아저씨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당신은 지금 당신이 살던 사회의 관점에서의 당신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로군요? 그러면 혹시 당신은 동물원이라는 곳을 아나요?”

나는 흠칫 놀라며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인간들이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우리 동물들을 가둬놓고 사육하는 곳이라죠? 정말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합니다.”

“알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그 동물원 안에 갇혀서 평생을 살아온 동물들은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살아갑니다. 대신 그들에겐 식량과 안전 그리고 살 공간까지 모두 주어집니다. 그럼 그들은 과연 행복한 삶을 살고 있

는 걸까요? 그리고 그들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일상에서의 사소한 모든 것들에 감사해야 한다고. 이렇게 우리가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고. 우리 몸이 망가지지 않고 건강함에 감사해야 한다고. 우리가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고. 사실 모두 다 맞는 말입니다. 동물원이라는 곳에 갇혀 있지만 않았다면 말이죠. 자 이제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답답해하며 거기서 벗어나려는 소수의 동물들을 그 동물원 안의 다수의 동물들이 미쳤다고 여기겠지만 정말로 그 소수의 동물들이 잘못된 걸까요? 오히려 용기없는 나머지 다수의 동물들이 바보가 되어버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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