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의 사회 12

제 12장

by 한승우

상쾌한 아침 공기가 창문으로 스며들어와 나를 감싼다. 그 시원함에 나는 잠에서 깨어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다. 충분한 휴식으로 기운을 좀 되찾은 나는 이 마을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슬며시 오두막 밖으로 나가보니 어제는 어둠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마을의 아름다움이 보였다. 정말 동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나는 이 마을 안을 좀 더 자세히 둘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이 마을 동물들은 식량을 얻기 위해 매일 기계처럼 일만 하며 지칠 대로 지쳐있는 우리 마을 동물들과 다르게 한 동물 한 동물이 모두 생기가 넘쳤다. 그리고 왠지 이 마을의 전체를 마치 어떤 보이지 않는 좋은 에너지가 감싸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그 에너지는 나에게 넘치는 사랑을 보내주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마치 이 장소에 처음 온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분명 처음 오는 것이지만, 낯설지가 않다. 이 마을도. 이 마을 사람들도. 그리고 보통 일반적인 마을에서는 잘 모르는 외부인 손님이 오면 약간 경계하는 태도가 있기 마련인데 이 마을 동물들의 눈에는 나에 대한 어떠한 편견도 담겨있지 않았다. 너무도 맑고 순수했다. 그들은 내 외적인 것들이 아닌, 나라는 존재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환영해 주는 듯했다. 마음이 참 따스해졌다.그렇게 혼자 무작정 얼마나 걸었을까, 마을 제일 높은 곳에 서 있는 어제 그 아저씨가 보였다. 나는 그에게 궁금한 것이 참 많았기에 그를 찾아갔다.

“저를 대체 왜 도와주신 건가요? 아저씨는 분명 어제 저와 처음 만난 거고 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거야 당신의 생명은 소중하니까요.”

아저씨의 말은 내 내면 깊숙이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흔들어 깨우는 듯했다.

“아니에요. 사실 저는 사회의 부적응자이자 실패자일 뿐이에요. 그래서 그냥 죽고 싶었던 거구요.”

그러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싶더니 약간 구름 낀 하늘을 가리키며 내게 말했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저 하늘에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니에요. 태양은 그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죠. 태양은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우리가 아닌 구름을 따스히 비쳐주고 있답니다.”

나는 아저씨의 말이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아저씨는 내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 걸까?

“아저씨,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돼요. 조금만 더 쉽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아저씨는 쉽게 설명해주었다.

“당신이 스스로의 가치를 깨닫지 못했다고 해서 당신이 가치 있는 동물이 아니라는 건 아닙니다. 아직 당신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요. 내가 앞으로 당신을 돕겠습니다. 당신이 눈을 떠 당신에게 이미 존재하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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