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것

그녀, MH.

by 주디의 작은 방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한 MH. 그녀는 인플루언서다.

세상에 자신의 하루를 예쁘게 포장해 보여주는 일을 한다. 방송에 나올 때면 언제나 미용실을 들른다. 머리털 끝 하나 흐트러짐이 없고, 머리에는 반짝이는 리본이, 눈빛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다.

MH는 나와 동갑이다. 그리고 나처럼 비숑이다. 하지만 그녀는 나와 달랐다.

나는 언제나 잔디밭을 뛰어다니며 자유롭게 놀지만, 그녀는 방송의 밝은 조명 아래에서 빛났다.

그녀를 볼 때마다 나는 내 하얀 털이 괜히 흐릿해 보였다.

예쁘장한 얼굴, 그리고 몸에 밴 고유의 매너. 그녀는 항상 나를 긴장하게 만든다.

가끔 내 앞에서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


“타쿠미, 넌 참 순수하다”


라고 웃을 때면 내 심장은 제멋대로 뛰었다.

나는 그게 사랑인지 몰랐다. 그저 그녀를 보면 하늘을 나는 느낌이 들었다.


‘휘리리 마리리’

주문을 외우지 않아도 가슴이 먼저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오늘은 MH와 처음으로 산책을 했다. 그녀가 옆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나뭇잎은 더 푸르고, 바람은 달콤했다. 심지어 자동차 경적 소리마저도 아름답게 들렸다.

MH는 밝은 리본을 단 채


“타쿠미, 이리 와봐.”

하며 내 쪽을 돌아봤다.

그 순간, 내 심장은 바닥을 튕겨 오른 공처럼 쿵 하고 뛰었다.

나는 괜히 발을 헛디뎌 꼬리를 세우고,

“왈!”


하고 소리를 냈다.

그녀는 깔깔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내 머리털 사이로 들어와 온몸이 간질간질해졌다.

“넌 참 순수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 귀를 스쳤다. 순간 내 머리털이 몽땅 곤두섰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그림자 위에 내 그림자를 살짝 포개보았다. 조금만 더 가까이, 그녀 곁에 있고 싶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엄마의 품에서도, 형아들 옆에서도. 그녀의 향기가 코끝에 남아, 나는 밤새 뒤척였다. 그게 사랑이라면, 나는 이미 그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었다.

나는 MH에게 그동안 썼던 나의 일기를 들려주었다. 한 장, 한 장, 조심스레 내 마음을 꺼내듯 그렇게.

“나는 이런 곳에서 태어났어. 엄마는 철장 속에 갇혀 계셨고, 나는 그곳에서 태어나 세상의 빛을 처음 보았지. 그리고 언젠가, 엄마를 구하기 위해 하늘을 날았어.”

MH는 조용히 내 얘기를 들었다. MH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이어서 말했다.

“지금의 우리 엄마 아빠, 형아들은 나를 한없이 사랑해 줘. 내가 무슨 사고를 쳐도, 언제나 내 편이야. 그런 가족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야.”

나는 잠시 숨을 고르고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MH, 넌 따뜻한 집에서 태어나 많은 사랑과 축복을 받으며 자랐잖아. 그건 너무도 소중한 일이야. 너의 엄마 아빠도 널 위해 모든 걸 내어주고 계실 거야. 우리, 그걸 잊지 말자. 그리고 감사하자.”

MH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타쿠미, 넌 참 이상한 강아지야. 근데… 정말 멋있어.”

그 말에 나는 그만 꼬리가 흔들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의 눈 속에 내 모습이 비쳤다. 그건 ‘사랑’이라 불러도 될 만큼, 조용하고도 깊은 빛이었다.

밤이 깊었다. 모두 잠든 뒤, 나는 MH를 조용히 불러냈다.


“MH, 잠깐 나랑 밖에 나가지 않을래?”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따라 나왔다. 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있었다. 별빛은 조용히 우리의 털끝에 내려앉아, 은은하게 반짝였다.

우리는 마당 가장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벌레의 합창, 그리고 우리 둘의 숨소리만이 그 자리를 채웠다.


“타쿠미, 넌 정말로 하늘을 난 적이 있어?”


MH가 물었다. 나는 잠시 웃음을 지었다.


“응, 정말이야. 그날 밤엔 두려움보다 사랑이 더 컸거든. 사랑하면, 누구나 날 수 있어. 나처럼 말이야.”

그녀는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봤다.

“나도 언젠가 날 수 있을까?”

“그럼.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 마음이 너를 들어 올려줄 거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별빛이 두 얼굴 사이를 오갔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MH, 넌 내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별 같아. 어디에 있어도, 내가 길을 잃지 않게 비춰주는 별.”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타쿠미, 그럼 오늘 밤은 우리 둘이 서로의 별이 되어주는 거야.”

나는 대답 대신 꼬리를 천천히 흔들었다. 바람이 불었다. 별이 떨어졌다.

그건 마치, 세상이 우리 둘을 축복하는 듯한 조용하고 따뜻한 밤이었다.

나 타쿠미는 내가 가진 사랑을 사랑한다. 내가 가진 열정을 사랑한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한다.

그 모든 건 나의 것인 동시에, 누군가가 나에게 건네준 선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안다.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의 숨결 속에,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에 있다는 걸.

나는 구했다. 엄마를, 친구들을, 그리고 나 자신을.

그건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이다.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연인 MH. 그리고 나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생명에게 나는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별빛이 내 털끝에 닿고, 바람이 내 이름을 불러주는 밤이면 나는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나는 날 수 있다. 나는 사랑으로 존재한다.”

밤이 깊어가고, 세상은 고요했다. 모든 것이 잠든 시간, 나만이 깨어 있었다.

별빛이 부드럽게 내 털 위로 내려앉고, 바람은 내 귀에 속삭였다.

“이제 가도 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새벽의 하늘이 빛나고 있었다.

그곳엔 내가 사랑했던 모든 얼굴들이 있었다. 엄마의 따뜻한 손, 형아들의 웃음, MH의 반짝이는 눈빛, 그리고 나 자신.

그동안 나는 달리고, 울고, 웃고, 사랑했다. 때로는 무너지고, 때로는 두려워했지만 결국 사랑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사랑은 언제나, 나를 살게 하는 힘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가만히,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랑해, 고마워. 모두 다.”

그 순간, 내 몸이 아주 가볍게 떠올랐다. 바람이 나를 감싸 안고, 하늘로 밀어 올렸다.

구름 사이로 별빛이 터지고, 세상은 마치 축복처럼 환하게 빛났다.

나는 알았다. 이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걸.

내가 사랑한 모든 이들이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내가 남긴 사랑은 다시 누군가의 마음에서 피어날 거라는 걸.

그래서 웃었다. 작은 비숑의 미소로, 세상을 향해.

새벽의 첫 햇살이 내 얼굴을 비췄다.

나는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날아올랐다.

“안녕, 나의 세상. 그리고 다시 만날 나의 사랑들아.”

MH와 나의 사랑은 여전히 ING다. 오늘도 나는 MH의 꿈을 꾸며, 사람엄마의 포근한 침대 위에서 잠이 든다.

폭신폭신한 이불엔 엄마의 냄새가 배어 있고, 그 냄새 속에서 나는 언제나 달콤한 꿈을 꾼다. 꿈속에서는 늘 MH가 웃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웃음 곁을 맴돌며 조용히 속삭인다.

“사랑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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