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함께.
내가 다시 농장으로 날아갔을 때, 공기에는 이미 분노가 퍼져 있었다.
쇠창살에 부딪히는 금속음, 발끝에 밟히는 건초의 바스락거림까지도 긴장으로 떨리고 있었다.
농장주는 나를 보자마자 눈을 부릅떴다.
“또 너냐….”
그의 목소리엔 분노보다 더 깊은 증오가 섞여 있었다.
하나 남은 케이지 속에서, 작은 강아지가 공포에 질린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낮게 으르렁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문 앞을 지키던 농장주와 눈이 마주친 순간,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한 손은 주먹을 움켜쥐었고, 머리털을 세웠다. 그 순간, 바람이 스쳤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우리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너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냐?”
농장주는 씩씩대며 소리쳤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손에는 여전히 녹슨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하게도 마음이 고요했다.
순간, 내 온몸의 털이 바짝 곤두섰다.
나는 단호하게 외쳤다.
“휘리리 마리리!”
공기가 휘청였다. 마치 바람이 뒤집히는 듯한 굉음이 터졌고, 내 주위를 감싸던 먼지와 건초가 둥글게 소용돌이쳤다. 농장주는 한 발 물러서며 팔로 얼굴을 가렸다.
눈을 찡그린 채 나를 노려보던 그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 틈에 나는 케이지로 달려갔다. 쇠창살 너머의 강아지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괜찮아, 이제 끝났어.”
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바람은 여전히 내 주위를 감싸고 있었고, 그 속에서 내 주문의 잔향이 은은히 맴돌았다.
휘리리 마리리.
이제는, 우리 함께야.
농장주는 삽자루를 들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놈의 강아지! 또 나타났냐!”
거칠게 내지른 손끝이 눈앞에서 스쳤다. 나는 몸을 낮추며 “휘리리 마리리”를 외웠지만, 이미 너무 지쳐서 털 하나도 제대로 세울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멀리서 쿵쿵쿵 요란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어둠을 가르며 한 줄기 헤드라이트 농장 문을 향해 쏟아졌다.
“타쿠미!”
아빠의 목소리였다. 아빠차가 농장 입구에 도착했다. 그 뒤로는 작은 트럭 한 대, 그리고 경찰차가 뒤따랐다. 경적 소리가 어둠을 깨우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졌다.
“불법 사육장이다! 경찰입니다!”
“모두 멈춰요!”
농장주는 눈을 부릅떴다.
“이게 다 뭐야…!”
그가 뒤로 물러서자, 형아들이 차 문을 박차고 내렸다.
큰형은 나를 향해 달려왔고, 작은형은 구조대원들과 함께 우리 문을 차례로 열기 시작했다.
“타쿠미, 괜찮아?”
나는 낑낑거리며 형아 품으로 달려들었다. 형아의 손길은 따뜻했다. 그 품 속에서 나는 비로소 긴장을 풀었다.
아빠는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서류를 내밀었다.
“이곳은 불법 번식장이 확실합니다. 학대 정황도 있어요.”
경찰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장을 통제했다.
그때, 하얀 차 한 대가 조심스레 농장 안으로 들어왔다.
운전석에서 엄마가 내렸다. 뒤에는 ‘동물 구조대’ 마크가 붙은 트럭이 있었다.
엄마는 차문을 열자마자 나를 품에 안았다.
“타쿠미… 괜찮니? 다친곳은 없어?”
나는 그 품 속에서 작게 짖었다.
“멍… 이제 괜찮아요, 엄마.”
뒤이어 비숑 엄마도 차 안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살짝 흔들리는 눈빛이 보였다.
경찰들이 농장주를 붙잡자, 그는 몸부림쳤다.
“저… 저런 강아지 주제에 날…!”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졌고, 대신 새벽 바람 속에서 강아지들의 울음소리가 퍼졌다.
보니와 폴, 몽이도 달려와 나를 둘러쌌다.
“타쿠미, 무사해서 다행이야!”
“이제 진짜 끝이야!”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가을 새벽의 하늘은 깊고도 맑았다. 별빛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고, 그 아래에 우리 모두가 서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나를 구해준 가족, 그리고 함께 싸운 친구들이 있다는 걸.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외쳤다.
“이제는, 우리 함께야.”
새벽의 공기가 차가웠다. 우리는 긴 밤을 지나 마침내 농장을 벗어났다.
차 안은 고요했지만, 그 고요함 속엔 안도와 사랑이 가득했다.
형아들은 앞좌석에서 서로 눈을 마주쳤고, 엄마는 내 품에서 잠든 비숑엄마의 등을 다정히 어루만졌다. 아빠는 백미러로 우리를 한번 돌아보고는
“이제 정말 끝났어.”
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창문 밖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가느다란 햇살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오며 우리의 얼굴을 부드럽게 비췄다. 그 빛은 마치
“괜찮아, 다 잘될 거야”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전격 강아지 구출 대작전’프로젝트로 인해 구조된 강아지들이 센터 마당을 가득 메웠다. 누군가는 꼬리를 흔들며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고, 누군가는 두려움 속에서도 조심스레 바닥 냄새를 맡았다.
엄마는 무릎을 꿇고 그 아이들 하나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괜찮아. 다 끝났어. 여긴 너희를 혼내는 사람도, 가두는 철장도 없어.”
나는 그 옆에서 꼬리를 세게 흔들었다. 비숑엄마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새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그 아이들이 다가오자, 엄마는 다정히 몸을 낮추며 작게 코끝을 맞댔다.
서로의 냄새가 섞이고, 온기가 이어졌다.
그 모습이 꼭 오래전의 나와 엄마 같았다.
밤이 되어 모두가 잠든 후, 나는 일기장을 펼치고 책상 앞에 앉았다.
하얀 털끝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갔다.
오늘, 우리는 모두를 구했다. 두려웠지만, 용기가 있었다.
가족이 함께였고, 친구들이 곁에 있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엄마가 있고, 나의 형아들이 있고, 그리고 새로운 가족들이 있다.
오늘 구한 그 작은 생명들이 내일은 자유롭게 달릴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오늘 다시 한 번 배웠다. ‘용기’는 큰 덩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진심으로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온다는 걸.
이제 나는 하늘을 봐도 두렵지 않다. 날개는 없지만, 나는 날 수 있다.
오늘도, 내일도, 우리 모두 함께라면.
“이제는, 우리 함께야.”
나는 그 말을 마지막 줄에 또박또박 적었다.
그리고 조용히 일기장을 덮었다.
창밖엔 별이 반짝였다.
그 별 아래, 나는 가족의 숨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