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나를

회상 그리고 용기

by 주디의 작은 방

작전명 ‘전격 강아지 구출 대작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도움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가장 믿음직한 친구들을 떠올렸다. 우리가 함께 뛰놀던 호텔 유치원, 눈 쌓인 언덕, 그리고 그때 나를 처음 “타쿠미!”라고 불러주던 목소리들. 모든 기억이 한 장의 낡은 사진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가족들과 회의를 마치고, 나는 친구들에게 한 명 한 명 연락했다.

내 사정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절친, 꼬똥 드 툴레아 보니. 보니는 늘 내 편이었다.

“타쿠미, 또 무슨 대단한 일을 꾸미는 거야?”

그녀는 잔잔하게 웃으면서도, 이미 내 결심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덩치가 송아지만 한 보더콜리, 한쪽 눈은 하늘빛 다른 한쪽은 밤처럼 짙은 오드아이의 폴. 힘은 세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녀석이었다.


“위험하다고 해도 난 간다. 우리, 함께하자.”

그 한마디에 내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지막으로 항상 곱슬거리는 털에 눈이 반쯤 가려진 푸들 몽이. 몽이는 겁이 많지만, 친구를 위해서라면 발톱이라도 들이댈 용기를 가진 녀석이다.

“타쿠미, 나도 도와줄게. 하지만... 진짜 괜찮겠어?”

그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고, 꼭 괜찮을 거라고.

이제 우리는 ‘작전’을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나는 먼저 친구들에게 엄마를 구출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날의 냄새와 소리, 그리고 공포까지도 생생했다.

달빛 아래서 숨죽이며 철창을 열던 내 발끝의 떨림, 뒤를 돌아볼까 수없이 망설이던 그 순간의 공기까지도.


“그 농장은 외딴 언덕 위에 있어. 울타리 너머엔 오래된 창고가 하나 있고, 그 안쪽에 열쇠꾸러미가 걸려 있어. 쇠문은 무겁지만, 안쪽 자물쇠는 녹이 슬어서 조금만 힘을 주면 열려.”

나는 보니와 폴, 그리고 몽이에게 천천히 설명했다.

보니는 눈을 반짝이며 내 얘기를 들었다.

폴은 묵직한 체구를 앞으로 기울여 고개를 끄덕였고, 몽이는 곱슬거리는 털 사이로 눈을 내밀며 조용히 물었다.


“그 농장주… 그 사람, 아직 거기 있어?”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응, 아직 거기 있어. 그 사람은 내가 엄마를 데려온 날 이후로, 매일같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강아지 도둑이 나타났다고 소리쳤어. ‘하얀 강아지가 하늘로 날아갔다’ 고도했지.”


보니는 킥킥 웃었지만, 금세 웃음을 거뒀다.

폴의 푸른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러니까, 들키면…”

“그래.”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들키면, 우리 모두 무사하지 못할 거야.”

순간 공기가 잠잠해졌다.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 멀리서 개 짖는 소리, 그리고 가슴속에서 뛰는 심장의 소리만 또렷했다.

나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래도 가야 해. 그 안엔 아직 우리 친구들이 있어. 펫샵에서 같이 자라다 팔리지 못해 버려진 아이들, 아직 이름도 못 얻은 새끼들도 있어. 그 아이들은 우리가 가주길 기다리고 있을 거야.”

보니가 꼬리를 흔들었다.


“좋아, 난 네 편이야.”

폴은 묵묵히 발톱으로 흙을 긁었다.


“누군가는 문을 열어야지.”

몽이는 작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 우리 다 같이 가는 거야.”

그 순간, 나는 느꼈다.

겁은 여전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이 마음속에 있었다.

용기였다.

그건 엄마를 구하러 갔던 그날 이후,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또 다른 힘이었다.

“좋아. 내일 새벽, 달이 지기 전에 출발하자.”

내가 말했다.

보니와 폴, 몽이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의 공기가 살짝 떨렸다.

마치 바람조차 우리의 결심을 알고 있는 듯했다.

새벽 세 시.

달빛은 희미했고, 세상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다.

풀잎마다 이슬이 맺혀 있고, 바람은 숨조차 쉬지 않았다.

나는 먼저 앞장섰다.

짙은 안개 사이로 친구들의 발소리가 작게 이어졌다.

보니의 부드러운 발걸음, 폴의 묵직한 숨, 몽이의 털에 스치는 풀잎 소리.

우린 그렇게 한 몸처럼 움직였다.

“쉿, 이제부터는 소리 내면 안 돼.”

나는 속삭였다.

그때부터 우리 넷은 발끝으로 걷는 법을 배웠다.

풀잎 하나 밟아도 안 될 만큼 조심스럽게,

멀리서 농장이 보였다.

낡은 철창과 기름 묻은 창고, 그리고 그 옆에 언제나처럼 켜진 보안등 하나.

그 불빛이 어쩐지 더 외롭게 깜빡였다.

나는 숨을 들이켰다.

“저기야. 저 문 안에 열쇠꾸러미가 있어.”

보니가 내 등털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번엔 절대 떨어뜨리지 말자.”

나는 작게 웃었다.


“응. 이번엔 절대.”

우린 창고 뒤편의 통풍구 쪽으로 돌았다.

그 길은 내가 엄마를 구할 때 빠져나왔던 바로 그 길이었다.

좁고, 어둡고, 비린 쇠 냄새가 코끝을 찔렀지만, 나는 이제 두렵지 않았다.

앞서간 폴이 낮게 짖었다.


“문 잠금장치가 바뀌었어. 새로 달았나 봐.”


“그럼 내가 해볼게.”

몽이가 자신의 꼬불꼬불한 털을 이용해 자물쇠 틈새를 간지럽혔다.


‘찰칵.’

잠금이 풀렸다.

“역시 몽이야.”

보니가 감탄하자 몽이는 수줍게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우리는 다시 한 줄로 늘어서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짙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보였다. 케이지 안에서 웅크린 작은 그림자들. 움직일 힘조차 없는 눈빛들.

“타쿠미…?”

그중 한 마리가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는 약했지만, 나는 단번에 알아봤다.

펫샵에서 함께 있던 포메라니안 누나, 리코였다.

“누나! 나 왔어.”

나는 낮게 속삭였다.


“지금 당장 여기서 데리고 나갈 거야. 조금만, 아주 조금만 기다려.”

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쿵

낯익은 무거운 부츠의 소리, 농장주였다.

우리는 숨을 죽였다.

한 치의 바람도, 한 마디의 소리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 내 심장이 내 몸에서 뛰쳐나올 것만 같았다.

“보니, 폴, 몽이. 준비됐지?”


나는 속삭였다.

“이제, 진짜 작전이 시작이야.”

“타쿠미… 그 사람이 온다.”

보니의 떨리는 속삭임이 내 귓가를 스쳤다.

쿵, 쿵, 쿵

문 밖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우리는 숨을 죽였다. 농장주의 그림자가 창고 문 아래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내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엄마를 구하던 그날의 공포가 다시 내 앞에 서 있었다.


“이상하네… 분명히 소리가 났는데.”


낡은 문의 경첩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불빛이 어둠을 찢고 들어왔다. 그가 들고 있던 손전등 불빛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한 번만 비추면 들켜버릴 거리였다.

내 심장이 ‘쿵쿵’ 울려서 불빛이 따라올까 두려울 정도였다.

그때였다.

폴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보니가 폴의 앞을 가로막으며 속삭였다.

“지금은 아니야. 타쿠미를 믿어.”


나는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작은 내 발이 창고 바닥의 먼지를 밟을 때마다 ‘스윽, 스윽’ 소리가 났다.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내 머릿속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이제는 도망치지 않는다.’

나는 머리털을 세웠다.


‘휘리리… 마리리…’

익숙한 주문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내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손전등 불빛이 나를 향하던 찰나, 나는 하늘로 솟구쳤다.


“저, 저게 뭐야! 저 하얀 놈이 또…!”

농장주는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폴이 그의 바짓가랑이를 물었다.

몽이는 창고문을 발로 차서 완전히 열어젖혔다.

보니는 날쌔게 케이지 문으로 달려가 입으로 잠금쇠를 당겼다.


찰칵, 찰칵, 찰칵


철창문이 하나둘씩 열렸다. 갇혀있던 강아지들이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겁에 질린 눈, 떨리는 몸, 그러나 희미하게 빛나는 희망.

“어서 나가!”

나는 하늘 위에서 외쳤다.

“이젠 자유야! 달려, 달려서 빛이 있는 곳으로 가!”

보니와 폴, 몽이가 동시에 소리쳤다.


“지금이야!!”

그 순간 농장주는 균형을 잃고 땅바닥에 넘어졌다.

몽이가 외쳤다.

“어서 빠져나가야 해!”


나는 다시 하늘로 날아올라 리코누나를 품에 안고 창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보니와 폴, 몽이, 그리고 수많은 강아지들이 뒤따랐다.

그곳엔 아직도 케이지 하나가 남아 있었다.

“안 돼… 아직 한 마리가 더 있어.”


나는 다시 몸을 돌렸다.

“타쿠미, 위험해!”

보니가 소리쳤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나답게, 끝까지.’

나는 다시,

‘휘리리 마리리’


주문을 외우며 머리털을 세우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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