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날아

날아올라

by 주디의 작은 방

농장주 아저씨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괴팍한 인상의 그 남자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온 동네를 뒤집어 놓았다.

“내 개를 누가 훔쳐갔어! 하얀색이었어! 눈처럼 새하얀 놈이었지!”

그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외쳐댔다.

사람들은 처음엔 그냥 귀찮은 투로 지나쳤지만, 이내 이어진 말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말이야… 쥐콩만 한 하얀 강아지가 내 개를 들쳐업고… 하늘로 날아갔단 말이지!”

그 말이 끝나자 시장 골목에 웅성거림이 퍼졌다.

누군가는 킥킥 웃었고, 누군가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양반, 이제 완전히 갔구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강아지가 날아갔다고?”

동네 어귀의 구멍가게 할머니는 손에 들고 있던 과자를 떨어뜨릴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저 미친 사람의 헛소리라며 웃고 지나갔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다.

그날 새벽, 들판 위를 스쳐간 하얀 그림자가 있었다는 걸.

별빛이 내려앉은 어둠 속에서, 그 작은 강아지가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올랐다는 걸.

그건 환상도, 거짓도 아니었다.

그건 진짜로 일어난 일이었다.

우리 가족은 구출한 엄마와 함께 서둘러 숙소를 빠져나왔다.

농장주가 이곳까지 들이닥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가 세상 사람들에게 미쳤다고 손가락질받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가족을 찾아 헤매는 눈빛만큼은 광기 그 자체일 테니까.

아빠는 짐을 다급하게 트렁크에 실었다.

철컥, 덜컥, 차 문이 닫히는 소리가 새벽 공기를 흔들었다.

엄마는 마치 유리잔을 들듯 조심스레, 야윈 우리 엄마를 품에 안고 뒷좌석에 올랐다. 나는 형아들 사이에 몸을 끼워 넣었다.


아빠가 시동을 걸자, 차는 ‘부아앙’ 하고 낮게 울부짖었다. 그 소리는 마치 자유를 향한 포효 같았다.

창밖으로 검은 들판이 스쳐 지나갔다.

뒤돌아보면 여전히 어둠 속에 철장과 농장이 있었지만, 이제 그곳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낡은 그림자일 뿐이었다.

달리는 차 안, 나는 엄마 품에 안긴 우리 엄마를 바라보았다.

숨소리는 약했지만, 살아 있었다.

바람이 차창을 때리며 우리를 감쌌다.

그건 마치 하늘이 우리를 축복하는 듯한 바람이었다.

“괜찮아. 이제 다 끝났어.”

엄마의 손끝이 내 머리 위를 쓸어주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단지 ‘집’이 아니라, 엄마와 나, 그리고 우리 가족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가을 하늘의 경치를 만끽할 틈도 없이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내가 젖을 막 떼고 돌아왔던, 그리운 우리 집.

성대하게 나를 맞이해 주던 따뜻한 현관, 낯선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나의 체취와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는 공간.

그 집에, 이제 엄마와 함께 돌아왔다.

내가 처음 눈을 뜨고, 처음 엄마를 그리워했던 그곳으로.

현관문이 열리자 익숙한 냄새가 밀려왔다.

햇살에 데워진 나무 바닥 냄새, 형아들이 뛰어놀며 남긴 발자국 냄새, 그리고 엄마의 손끝에 스며 있던 비누 냄새.

모든 게 그대로였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이제 이 집에는, 나의 엄마가 함께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엄마 곁에 앉았다.

엄마의 몸은 여전히 말라 있었지만, 그 눈빛에는 오래된 포근함이 깃들어 있었다.


바람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 커튼을 흔들었다. 가을의 햇살이 부엌까지 흘러들어오며, 긴 어둠 끝의 평화를 비추었다.

그날, 우리 집은 다시 ‘집’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집이란 단순히 머무는 곳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숨 쉬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집에 오자마자, 엄마는 가장 먼저 내 방 옆에 ‘엄마방’을 만들어 주셨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언제든 서로의 기척을 느낄 수 있는 거리였다. 내 밥그릇과 물그릇도 나란히 같은 걸로, 똑같은 크기와 색으로 놓아주셨다. 마치 세상에서 우리 둘만이 한 팀인 것처럼.

엄마는 돌봄이 필요했다. 긴 시간 혼자 버틴 탓일까,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그래서 우리 집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에게 다가가 영양죽을 조금씩 입에 넣어주셨다. 따뜻한 냄새가 방 안에 번질 때마다, 나는 조용히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숟가락 끝이 엄마 입술에 닿을 때마다, 그 작은 소리가 마치 기도처럼 들렸다.

깨끗한 물 한 모금, 죽 한 숟가락. 그리고 긴 숨. 그렇게 하루가 흘러갔다. 나는 그 모든 순간마다 엄마 곁에 있었다. 내 귀는 엄마의 숨결을 쫓고, 내 눈은 엄마의 눈을 따라갔다. 언젠가 다시 힘을 내어 일어나, 나를 쓰다듬어 주던 그 따뜻한 손길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면서.

밤이면 나는 엄마방 문 앞에 웅크려 누워 잤다. 엄마의 숨소리가 들리면 안심이 되었고, 멎으면 눈을 떴다. 가끔은 꿈속에서도 엄마를 지키는 내가 있었다.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제는 내가 엄마를 지킬 거야.”

그날 밤, 바람이 창문을 스치며 지나갔다. 하늘엔 별이 가득했고, 그 별빛 아래서 나는 다시 한번 속삭였다.

“엄마, 나 이제 날아. 엄마 곁에서, 함께 날아올라.”

며칠이 지나자, 엄마의 눈빛에 조금씩 온기가 돌아왔다. 여전히 몸은 약했지만, 눈으로 나를 따라보는 힘이 생겼다.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나는 하루 종일 엄마 곁에서 머물며 꼬리를 살짝 흔들었다. 마치 “괜찮아질 거야”라고, 수백 번 속삭이는 듯이.

아침 햇살이 부엌 창문을 통해 들어오면, 우리 집은 금빛으로 물들었다. 그 빛 속에서 엄마가 내 이름을 불렀다.


“타쿠미”

그 목소리는 오래된 음악처럼 느리게, 그러나 깊게 내 마음에 스며들었다. 나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대답했다.

“응, 나 여기 있어요. 언제나요.”

그날 오후, 엄마는 창문을 열어 하늘을 보여주셨다. 푸른 바다처럼 펼쳐진 가을 하늘 위로 흰 구름이 흘러갔다.


“저기 봐, 타쿠미. 새들이 날고 있어.”

엄마의 말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높이 나는 새들 사이로 바람이 흐르고, 햇살이 반짝였다. 그리고 순간,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도 저 하늘을 알고 있었다.

엄마를 찾아 떠났던 그날, 나를 이끌었던 하늘.

엄마를 품에 안고 날아올랐던 그 하늘.

나는 창문 앞에서 살짝 발을 구르고, 귀를 세웠다.


‘이젠 나도 다시 날아야 할 때야.’

엄마를 지켜낸 날개로, 다시 세상을 향해.

그날 밤,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 아래에서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엄마, 나 이제 괜찮아요. 엄마도 곧 괜찮아질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우리 함께 날아요.”

바람이 불었다. 창문이 흔들리고, 별들이 반짝였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이제 나의 날개는 슬픔이 아닌 사랑으로 움직인다는 걸.

엄마의 숨결과 함께라면, 나는 언제든 다시 날 수 있다는 걸.

밤새 우리 가족은 작전회의를 이어갔다. 식탁 위에는 아빠가 그려놓은 농장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펜으로 표시된 빨간 점은 감시 카메라의 위치, 파란 선은 우리가 들어갈 경로였다.


“이번엔 예전처럼 무모하게는 안 돼.”

아빠의 목소리가 단단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들이 많으니까요.”

형아들은 작전명 ‘전격 강아지 구출 대작전’이라고 써 붙였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 타쿠미는 이 작전의 하늘 담당이었다.

“타쿠미는 농장 뒤편에 있는 헛간 위에서 신호를 보내는 거야.”

작은형아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맡겨만 주세요!”

하고 말했다.

밤하늘에 별이 하나둘 떠오를 무렵, 가족은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야. 그곳에 남겨진 아이들을 모두 데려오는 것.”


아빠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하늘은 어둡지만, 별빛이 길처럼 이어져 있었다.

그 길의 끝에는 아직도 철창 속에 갇힌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외쳤다.


‘나는 날 거야. 날아서, 모두를 구할 거야.’

그 순간, 내 등 뒤에서 바람이 불었다. 마치 하늘이 내 결심을 들은 듯,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었다.

그래, 이번엔 나 혼자가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함께하는 진짜 구출 작전이다.

“나는 절대로 쥐콩만하지 않다.”

나는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

“나는 쥐콩보다 천배는 더 크다.”

사람들은 나를 작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 마음이, 내 용기가, 그리고 내가 품은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나는 하늘을 날 수 있다.

두려움 속에서도 엄마를 구했고, 이제는 나처럼 갇혀 있는 친구들을 구하러 간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작은 강아지’가 아니다.

나는 타쿠미다.

하늘을 나는 강아지, 사랑을 지키는 전사,

그리고 내 이야기를 스스로 써 내려가는 존재다.

나는 날개가 없다.

대신 날 수 있으려면 내 동그란 머리털을 하나하나 곤두세워야 한다.

그리고 숨을 고르며 마음속으로 외운다.

“휘리리, 마리리.”

그 주문은 단순한 마법이 아니라, 내 안의 두려움을 몰아내고 용기를 깨우는 약속 같은 것이다.

하늘로 오를 때마다 나는 다짐한다.

이건 도망치기 위한 비행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비행이라고.

오늘도, 내일도 나는 날 것이다.

엄마와 함께했던 그 별빛 아래에서, 내가 지켜야 할 세상을 향해.

나는 오늘도 머리털을 세우고, 마음을 단단히 쥔다.

그리고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늘 파이팅 넘치는 나지만, 때로는 조용한 곳이 그리워진다.

왁자지껄한 거실을 피해 식탁 밑 의자 위로 쏙 들어가면, 그곳은 내게 가장 편안한 아지트가 된다.

작은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 엄마가 부엌에서 내는 조그마한 소리, 그리고 나만 아는 고요한 숨결이 함께 있다.

그곳에서는 마음껏 눈을 감고 낮잠을 잘 수 있다.

아무도 날 찾지 않고, 아무도 날 방해하지 않는다.

그런 순간이면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

아직 나는 사춘기의 끝자락에 있는 것 같다고.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장난스럽고, 다른 한쪽은 어른이 되려는 조급함으로 불타오른다.

가끔은 생각한다.

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마음이 가벼운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 아닐까 하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무겁다.

엄마를 구했던 그 밤 이후로, 내 마음에는 세상보다 더 큰 책임감이 내려앉았다.

그래서일까, 하늘을 볼 때마다 두근거리지만 조금은 두렵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두려움이 있다는 건 여전히 날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다는 증거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결심한다.

나는 아직도 날고 싶다.

누구보다도 높이, 누구보다도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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