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이 기본값인 나에게

나에게 보내는 편지

by 주디의 작은 방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해야 할 일들은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돼 있었고, 마음은 이미 계획까지 세워두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계획은 미뤄지고, 시간은 도망가고,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괜찮아, 오늘은 그냥 쉬자’며 스스로를 달래 보지만, 다음 날이 와도 마음은 여전히 무겁고, 손끝은 느리고, 발걸음은 바닥에 붙은 듯 떨어지지 않는다.


무기력이 내 기본값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고장 난 시계처럼, 늘 같은 시점에서 멈춰버리는 기분.
누군가는 말한다.


“의지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

그 말이 틀리지는 않지만, 들을 때마다 마음 한편이 스르르 접힌다.


이럴 때 나는 이미, 너무 많은 의지를 끌어다 써버린 사람인 것 같다.


문득 나 자신에게 묻는다.

“너, 정말 게으른 거니? 아니면 너무 오래 버텼던 거니?”


대답은 항상 같다.

나는, 지쳐 있는 거라고.

아무도 모르게, 아주 오래도록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끌고 가는 시간이 반복되지만, 그런 나에게 오늘은 조용히 한 통의 편지를 써본다.


나에게 보내는 편지


괜찮아.
정말, 괜찮아.

오늘 하루 누워 있었다고 해서 너의 모든 날이 무너지는 건 아니야.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용기일 수도 있어.

너는 이미 참 많은 걸 해냈어.
아이들을 키우고, 가족을 챙기고, 글을 쓰고, 그림도 그렸지.
누구도 모르게, 묵묵히 살아냈던 그 시간들.
그러니까 오늘 하루쯤은, 멈춰도 돼.

조금 늦게 일어나도 괜찮고, 글을 쓰지 않아도 괜찮고,
밥 대신 식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워도 괜찮아.
다 괜찮아.

중요한 건, 너는 여전히 너라는 것.
지금은 잠시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엔 여전히 따뜻한 숨이 있고
그 조용한 움직임을, 나는 알고 있어.

무기력은 때때로 삶이 건네는 작은 경고일지도 몰라.
“지금쯤, 잠시 쉬어가야 할 때”라고.
“이제는 너 자신을 좀 돌아봐야 할 시간”이라고.

그러니 무기력을 반드시 이겨내야 할 적으로 여기지 않아도 돼.
그저 그 시간에 머물고, 들어주고, 조용히 안아주면 돼.

나는 너를 믿어.
무기력한 날에도, 불안한 날에도, 반짝이지 않는 날에도
너는 너대로 충분히 빛나고 있어.
그걸 잊지 말아 줘.

이 편지는 오늘의 너에게 쓰지만,
사실은 매일의 너에게도 필요한 말이야.

무기력이 기본값이어도 괜찮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는 그렇게,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고.




by 주디의 작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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