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쏟아지는 나의 하루

나의 하루.

by 주디의 작은 방

하루는 언제나 새벽빛을 품고 시작된다.

조용하고 맑은 공기 속에서 나는 천천히 눈을 뜬다.

가족이 아직 잠들어 있는 고요한 집안, 그 정적 속에서 나는 나의 하루를 준비한다.


누군가는 이른 새벽을 ‘견디는 시간’이라 부르겠지만, 내게 새벽은 온전히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다.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나직이 나를 불러낸다.

어제의 감정, 그늘진 생각, 잊고 지낸 기억들이 조심스레 글이 된다.

아직 어설픈 문장들이지만, 나는 믿고 싶다. 이 시간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작가로 불릴 수 있으리라고.


노트북을 덮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굳은 어깨를 풀고, 깊게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들어선 부엌.
우리 집 아침은 언제나 간단한 한식이다. 미리 지어둔 밥, 달걀프라이나 국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아이들의 입맛을 떠올리며 반찬을 꺼내고, 남편이 좋아하는 오이무침도 덜어낸다. 조용한 부엌이 조금씩 살아난다.

디카페인 커피를 천천히 내린다. 진한 향기보다는 손 안의 따뜻함이 좋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거실로 나온다. 부스스한 머리로 나를 부르는 별 하나 별 둘의 목소리에 나는 다시 엄마가 된다. 넉넉한 텀블러에 물을 담아 아이들 가방에 넣어놓고 남편 출근 인사를 뒤로한 채, 나는 마지막으로 우리 집 막내를 부른다.


작은 발소리, 하얀 구름 같은 복슬복슬한 털, 까맣게 반짝이는 눈망울.
우리 집 강아지, 귀여운 비숑은 언제나 나를 가장 먼저 반긴다.

리드줄을 채우고 밖으로 나서면, 이른 햇살이 아파트 단지 사이로 스며든다. 이 시간만큼은 나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를 대신해 강아지가 남고, 강아지를 끌고 나선 내가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시간.

누구도 나를 부르지 않는 이 짧은 산책길에서, 나는 온전히 나일 수 있다.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집안의 일’들이 나를 기다린다.

설거지를 하고, 세탁물을 널고,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다 보면 오전이 훌쩍 지나간다.

어떤 날은 붓을 든다. 캔버스를 꺼내고, 물감을 짜고, 조심스럽게 색을 얹는다.

특별한 주제도 없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손이 따라가는 대로 그린다.
또 어떤 날은 다시 글을 쓴다.

전업주부로 시작했지만, 나는 지금 전업작가이자 전업화가로 나아가는 중이다.

아직은 걸음이 느리고 조심스럽지만, 그 길 위에 내가 있다는 것이 기쁘다.


물론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주변에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나의 하루는 달라졌고, 달라지고 있다고.

나는 매일 나를 표현하고, 나를 불러내고, 나를 믿는다.


별처럼 쏟아지는 하루는 사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설거지 사이로, 그림 한 모퉁이로, 아이의 말투로 스며든다.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그 눈빛 안에서 나는 오늘도 별을 발견한다.
“엄마는 우리 집의 중심이야.”
그 말이 없더라도, 그 눈 속에 반짝이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나는 계속 쓴다. 그리고 그린다.
별이 흐르는 이 하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작고 단조로워 보이는 하루지만, 그 속에는 세상의 가장 따뜻한 빛이 들어 있다.
오늘도 나는 그 빛을 따라 걷는다. 아주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by 주디의 작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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