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셋 여자 하나

그리고 강아지

by 주디의 작은 방

우리 집은 ‘남자 셋, 여자 하나’다.
큰아들, 둘째 아들, 남편.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까지.

우리 집 강아지는, 당연하게도 수컷이다. 그러니까 이 집에서 여자란 나 하나뿐이다.

강아지만큼은 암놈을 키우고 싶었지만 정말 세상은 마음대로 되질 않았다.

모든 건 운명일 뿐.


그런데 어쩌면 나는 원래 이런 구도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첫아이를 가졌을 때만 해도, 다들 주변에서 ‘딸 낳아야지’ 했다. 그땐 딸이 대세였다.
“이젠 딸이 최고야.”
하지만 나는 속으로 아들이길 바랐다.

남자아이를 품에 안고, 나와는 다른 세계를 살아갈 그 아이를 키워보고 싶었다.

그 다른 세계가 나를 이토록 견고히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원하던 대로 첫째는 아들이었다. 초롱초롱 눈망울과 조심스러운 손짓이 사랑스러운 아이이다.
시간이 흘러 둘째가 찾아왔을 때, 태몽은 아주 커다랗고 빨간 꽃이었다.

이번엔 딸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고, 괜히 아기 옷을 고르며 분홍색을 더 오래 바라보았다.
하지만 두 번째 기적도 아들이었다.

건강하고 듬직하고 영특한 아들. 그러니까, 또 남자였다.


이렇게 남자 셋과 살아가는 삶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남자들이, 다들 얼마나 애교가 많은지 모른다.
특히 둘째는 마음결이 섬세해서, 크리스마스 날 그동안 할머니 할아버지께 받았던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아빠에게만 백화점에 몰래 같이 가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백화점에서 엄마의 목걸이를 사서 편지와 함께 선물해 준다. 잘 키운 아들하나 열 딸 안 부럽다!

아들만 둘이면 한 명이 딸 노릇을 한다더니 둘째랑 알콩달콩 얘기도 잘 통한다.

첫째도 그렇다. 표현은 서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예쁘다”라고 말해준다.

엄마는 화장 안 한 얼굴이 더 예쁘다고 말해주는 첫째.

덕분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도 당당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첫째는 내 외모를 닮고, 남편의 성격을 닮았다. 말수가 적고 생각이 깊은 아이.
둘째는 얼굴과 체격이 건장한 남편을 꼭 닮았는데, 섬세한 성격은 딱 나를 빼닮았다.
가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와 남편이 각각 하나씩 복사되어 이 집 안을 뛰어다니는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 요즘도 여전히 아직도 놀랍게도 나는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는다.

“엄마 닮은 딸 하나 낳으셔야죠.”
그 말에 웃으며 넘기긴 하지만, 마음 한쪽이 슬며시 저민다.
그럴 나이는 이미 지나온 것 같아서. 육아라는 한 계절을 지나왔고, 이제는 ‘딸’이라는 말 앞에 괜히 멈칫하게 되는 나이.
하지만 문득문득 상상해 본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같이 읽고, 레인보우 조각 케이크를 나눠 먹고, 내 옷장에서 옷을 꺼내 입을 그런 딸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눈빛만 봐도 내 기분을 알아채고, 마음속 이야기들을 조용히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 같은 딸이 있었다면.

나를 닮은 딸을 몇 번이고 상상해 보았지만 상상 만으로도 나는 이제 조용히 웃으며 지나칠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이 아쉬운 건 아니다.
나는 이미 나보다 훌쩍 커버린 너무너무 든든한 두 아들과, 어쩔 땐 왕 큰 아들 같은 남편을 곁에 두고 있다.
그들이 전해주는 애정은 크고 따뜻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사랑해”를 들을 수 있고, 생일이면 어설픈 손 편지를 쓰고, 나를 지켜주는 남자 셋이 있다.

나는 지금도 남자 셋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다.
나만 여자라서 아주 가끔은 외롭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자리에 있는 기분도 든다.

오늘도 나는 남자 셋 사이에서 조용히 나만의 핑크를 피워낸다.
그게 이 집의 균형이고, 나만이 지킬 수 있는 자리다.




by 주디의 작은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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