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만히 있어 주세요.
마음이 아플 때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누가 나한테 괜찮냐고 물으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 같고,
힘들다고 하면 또 그다음에 나올 말이 뻔하다.
그냥 가만히 내버려 두면 안 될까.
왜 사람들은 힘든 사람을 보면 자꾸 말을 걸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만 있어주면 좋겠다.
나는 지금 말하고 싶지 않은데.
사람이 마음이 아프면 귀가 멀고 눈도 멀고, 결국 나 자신에게도 멀어진다.
거울을 봐도 내 얼굴이 내 얼굴 같지 않고, 하는 말도 내가 하는 말 같지 않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는 있는데, 사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느낌이다.
밤이 되면 더 괴롭다.
불을 끄면 고요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마음속에서 웅웅 거리는 소리가 더 커진다.
잠은 오지 않고, 숨은 답답하고, 괜히 이불속에서 나 혼자 계속 가라앉는다.
‘이러다 내가 정말 무너지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
그런데 무너지는 것도 무섭지만,
그걸 막을 힘이 내 안에 없다는 걸 아는 게 더 무섭다.
그럴 때면 그냥,
누가 내 손 한 번만 잡아줬으면 좋겠다.
‘힘내’ 같은 말 말고,
그냥 말없이 가만히 손만 잡아주는 것.
말이 없으면 오히려 그게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사실 나는 내가 왜 힘든지도 모르겠다.
그냥 힘들다.
사람들은 이유를 묻는다.
이유를 꼭 말해야 하나?
마음이 아픈 데 이유가 꼭 있어야 하나?
그냥 아픈 걸로 충분하지 않나?
나는 누구를 미워하고 싶지도 않고,
누가 나를 위로해 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그냥 하루 정도는 내가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조용히 나를 놔두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며칠을 버티고 나면,
아주 조금씩 숨 쉬는 게 편해진다.
문득 아침 햇살이 눈부셔서 눈을 찡그릴 때,
내가 아직 살아 있구나, 싶다.
그게 바로 내가 살아낸 증거다.
대단한 목표도, 의미도 없이
그냥 살아낸 하루.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내게 힘들다고 말하면,
그냥 그 옆에 가만히 앉아주고 싶다.
말은 안 해도 안다.
그 사람도 나처럼,
지금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을 테니까.
나는 요즘 그런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는 다들 마음이 부서진 채로 살아간다고.
어떤 사람은 그걸 잘 감추고,
어떤 사람은 그걸 말하는 데 서툴 뿐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픈 사람끼리는
서로를 쉽게 알아본다.
눈빛만 봐도, 손끝만 스쳐도,
‘아, 이 사람도 나랑 같구나’ 하고.
마음이 힘들 때는,
무엇을 하든 내 마음 같지 않다.
그러니 그럴 때는 억지로 잘해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오늘 하루 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잘하고 있는 거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나를 믿기로 했다.
당신도 오늘만은,
그렇게 당신 자신을 믿어주면 좋겠다.
by 주디의 작은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