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닫으며

12월 31일, 나를 조작할 시간

by 본연

매 해가 끝날 무렵이면 난 1년을 돌아본다. 언제나 한 해는 다사다난하고, 전화위복이며, 화룡점정이다. 사진첩을 열어 1월 1일부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 본다. 이것이 1년을 열심히 살아낸 내가 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다.


기억은 곧 나 자신이다. 내가 나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나의 정체성이 된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그래서는 안된다. 매년 12월 31일 내가 하는 것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들지 생각하는 일이다. 모든 일은 이미 일어났고 아무것도 막을 수 없었지만, 이제 나는 어떤 기억만을 갖고 떠날 것인지 결정할 것이다. 기억할 가치가 있는 녀석들만 나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기억이 유한한 것은 너무나 기쁜 일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것만 기억할 수 있다니! 1월에 받았던 사랑, 2월에 느꼈던 기쁨, 3월에 본 아름다움. 이렇게 예쁜 것만 골라낸다. 그리고 나머지는 버린다. 기억 저편 어딘가에 음흉하게 저장되어 있을지라도,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은 서서히 사라져 버릴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나쁜 기억들은 풍화되어 아름다운 것이 되었다. 뾰족한 것은 둥글어졌고, 새까맸던 것은 희미해졌다. 어쩌면 그래서 세월이 지날수록 초연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보며 깨달았다. 올해도 사랑 가득했구나! 삶에 그토록 고군분투했던 것도 결국은 사랑받기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기 위해서였다. 진부한 말로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Love is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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