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예술의 균형을 찾자
어떤 것이든 100일쯤 경험하면 좋은지 나쁜지 안다. 사람도 일도 마찬가지다. 나의 새 일터도 어느덧 100일을 향해 가고 있다. 그리고 나도 이제 알았다.
'최악의 일터. 당장 나가야겠다.'
일이란 돈을 버는 행위다. 내 시간을 팔고 돈으로 바꾸는 행위. 일이 행복하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고, 결국 '행복도 없는데 돈이라도 벌어 가야지.'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돈에 집착하는 나머지 조급한 마음으로 주식과 코인을 건드린다. 투자가 아니라 투기를 하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한탕주의는 일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종착지인 듯하다.
직원들은 일터를 탈주했고, 악덕 고용주는 남아있는 직원들을 쥐어짜기에 바빴다. 그러면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그게 바로 나인데, 기를 쓰고 개인 공부를 한다. 어떻게 하면 일터에서 에너지를 가장 덜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집에 가서도 에너지가 남아있게 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며, 일터에서는 틈틈이 뉴스를 보고, 시황을 읽고, 반도체산업 공부를 했다. 백수 시절보다 몇십 배 밀도 있게 시간을 썼다. 수험생처럼 열심히 공부했다.
집에 와서도 쉬지 않았다. 내 소중한 개인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눈을 감기 전까지 주식창에 머물렀다. 그렇게 두 달을 했다. 그거라도 안 하면 살아있는 기분을 느낄 수 없어서.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영혼이 말라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돈을 벌고자 하는 노력이 어떻게 영혼을 말살하는지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돈은 당연히 벌어야 하고, 돈을 사랑해야 한다. 왜냐하면 돈 위에서만 행복이 꽃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건 부정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진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하루 대부분을 채우고 있으면 안 된다.
긴 연휴가 시작되었다. 강제로 돈의 세계에서 멀어졌다. 게다가 아주 긴 연휴다.
나는 연인과 데이트를 했다. 늘 가고 싶었던 멋진 레스토랑에서 아름다운 음식을 먹었고, 놀랍도록 맛있는 와인을 마셨다. 산책을 했고, 서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족 여행도 떠났다. 아주 느린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돈과 세상에 대한 생각은 당연히 하지 않았다. 오로지 저녁에 먹을 소고기와 비싼 술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안에서 말라죽어가던 영혼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항상 나는 고민했었다. 난 예술과 역사를 사랑하지만, '대체 이 돈도 안 되는 것들이 난 왜 이렇게 좋은 걸까?' '이걸 계속 좋아해도 될까?'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좋아하는 걸 마음껏 좋아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돈만 벌면 다시 또 생각이 찾아왔다. '왜 살지? 이러려고 사는 건가?'
오늘은 토요일.
가족과 요리를 해 먹고, 따뜻한 커피를 내려 글을 쓴다. 내내 읽고 싶었으나 읽지 못했던 책을 읽기 시작했고, 저녁에 비가 그치면 러닝을 할 거다. 그리고 '비포 선라이즈'를 보다가 잘 계획이다. 마음이 조급할 땐 이런 호사를 누릴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요리, 커피, 글쓰기, 독서, 운동, 영화라니. 극도의 사치가 아닌가. 하지만 이런 계획을 세워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 지난 세월 위에서 예술할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돈이 곧 마음의 여유고, 그것을 향유하는 가장 멋진 방식이 바로 예술하는 것이다.
그렇다. 중용이 인생의 본질이듯...
돈과 예술을 사랑하는 시간에도 균형이 필요했던 것이다.
느리더라도 둘 다 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미스터 선샤인에 나왔던 명대사.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정말로 무용(無用)할까? 보이지 않는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챙기지 않았던 지난 날들, 나는 가장 우울했으며 가장 헤매었다. 그리고 예술을 다시 사랑해 주자마자 마음속 식물들이 다시 살아났다.
나는 앞으로도 삶의 고민 속에서 헤엄치며 나아갈 것이다. 돈을 벌며 회의를 느끼고, 말라가는 영혼에 불행을 느낄 것이다. 그러다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만나 다시 사랑과 행복을 느낄 것이다. 돈과 예술, 모두 내 손안에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