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짐이 되어

음악과 이야기 32 - 아이묭 10부작 제3부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32 : 分かってくれよ(이해해 줘) - あいみょん (아이묭)

싱어송라이터 아이묭의 2015년 발매작 'tamago' 앨범의 2번 트랙


'分かってくれよこんな僕を

이해해 줘 이런 나를

言葉で伝えるのが 少し苦手なんだ'

말로 전하는 것이 조금 서투른 거야




실은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꽤나 고민했었다. 정말 좋아하는 노래지만 이렇게 투박한 감성은 나랑 닮지 않은 듯했다. 나는 그보다 더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이다. 이해해 달라고 허락을 구하기보다 내가 먼저 눈치채서 대응하고 이해하고 마는 쪽이다. 말로 전하는 일이 서투르지도 않고, 자존심을 굽혀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일 따위는 내게 별일도 아니다. 다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이성적으로 납득이 되는 선에서 그렇다. 그러면 아이묭은 어째서 이러한 투박한 남성 화자의 목소리를 빌려 오는 것일까.


아이묭의 다른 곡에서도 이러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대표곡 '愛を伝えたいだとか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라든지 '君はロックを聴かない (너는 록을 듣지 않아)'처럼 그는 때때로 화자를 남성으로 설정한다. 음악적으로 아티스트 본인과 다른 성별의 화자를 설정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Saucy Dog의 'シンデレラボーイ (신데렐라 보이)'처럼 남성 아티스트가 여성 화자를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여자가 남자를, 남자가 여자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감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서로가 서로가 되어 생각해 보려고 해도 매 순간 매 상황 그것을 의식하며 또 그만한 깊이로 이해하기는 제약이 있다. 오해는 조금씩 누적된다. 서로 달라서 생기는 오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님 어쩌면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그것이 꽤나 합당한 추측일 것이라고 부러 판단하는 오만함에서 기인한 오해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아무개로부터 이해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 적확하게는 그렇게 표현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이렇다니까, 뭐 어떻게 할 건데, 네가 이해해야지- 라는 취지의 반언어적 표현이 실려 있었다. 그것은 내가 알던 아무개의 모습이 아니었다. 알고 있었다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떤 문구가 떠올랐다. 어쩌면 그로부터 다시 소생된 문구였다. 그가 추천해 준 영화 속 대사였기 때문이다. "실망할 것을 예상하면, 절대 정말 실망할 수 없어.(If you expect disappointment, then you can never really be disappointed.)"라는 문장이었다.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려고도 했다. 내가 아직도 누군가에게, 혹은 무언가에 실망한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를 걸고 믿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세상을 너무 쉽게 믿는다. 실망해도 다시 믿고 실망하기를 거듭한다. 그런데 정말 기대를 걸지 않으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할지 알지 못할 것만 같다. 있는 그대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그냥 저것은 어떤 현상이구나 하고 객관안으로만 세상을 서술한다면, 나는 세상의 관찰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역사서 중에서도 문학으로 여겨지는 것들은 전적인 사실이 아니라 저자의 해석이 개입된 하나의 서술의 형태를 띤다. 어쩌면 우리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착각 속에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에 내가 상처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은 눈으로 관찰하여 머리로 기록하는 것이다. 기능이 단순해질수록 어떤 부품으로 전락하고 마는 기분이 들지만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국 실망하지 않으려면 좋게 보아도 기대하지 않는 것만이 답일 터이다.


"이해해 줘(혹은 알아줘)"라고 말하는 투박함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결코 온전히 이해할 리 없지만 받아넘겨 달라는 의미라면, 어차피 우리 모두가 다르니까, 너도 그것을 알고 있지 않느냐고 되묻는 것이다. 이해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시시하게 끝나버리는 결말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상황극, 끝을 보기 싫으면 "그래, 이해할게."라고 대답하고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 나는 이제 끝을 보아야 할까. 아무리 화려한 서사도 언젠가 막을 내린다. 지루했다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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