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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곁에서도 내가 숨 쉴 수 있게

음악과 이야기 3

by 수영

음악과 이야기 3 : 목화 - 보수동쿨러

국내 밴드 보수동쿨러의 2019년 발매작 'yeah, I don't want it' 앨범의 5번 트랙


'벗어나려 해 네 곁에서도 내가 숨 쉴 수 있게'




운명을 믿는가.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가장 내밀한 공통분모를 지닌 사람을 우연히 만난다면. 이미 나의 대부분이 그의 대부분이라면. 그 일면은 환각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기어코 나는 착각을 하고야 만다. 내게 있어서 저 사람은 떼어낼 수 없는 존재이구나.


그렇게 그 사람이 나의 일부가 되고 내가 그 사람의 일부가 된 적이 있었다. 날마다 그 마음은 신념처럼 부풀어 끝내 각자가 서로의 전부인 것처럼 믿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마치 거울처럼 여기던 그가 당연하게도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을까. 어쩌면 인정하면 될 것을 괜히 끝까지 외면하려 했다. 실망감이 하루하루 커졌지만 그 실망마저도 죄책감으로 치환하고자 발버둥 치는 밤이 계속되었다.


그러다 결국 그를 떠났다. 역설적으로 여전히 그가 떠나지 않을 거라 믿고 바란 내가 먼저 떠났다. 점점 그가 없이는 살 수 없을 것처럼 변해가던 내 모습이 싫었다. 마치 한 몸이 되면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 떨어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무언가가 있다면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두는 편이 낫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되려 나를 영영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것도.


무언가를 정말로 사랑할수록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허연 시인의 가장 아끼는 시에도 그런 구절이 있었다. '사랑해. 하지만 불타는 자동차에서는 내리기'. 하지만 나의 반쪽이라도 되듯이 그와 함께라면 같이 불타 죽어도 좋을 만큼 그를 사랑한다면. 그래서 혼자 살기를 택할 바에 같이 죽는 것을 택하는 것이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마음을 지배하던 그 생각에 찬물을 끼얹을수록 불길은 더욱더 커질 뿐이었다.


결단을 내리기까지 이 곡을 수없이 들었다. 가사의 바람과는 달리 그의 곁에서 더 이상 숨을 쉴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와 떨어진 후에도 음악은 남았다. 이제 살아있다고 느끼며 이 곡을 듣는다. 누구에게든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와 나 사이에 하늘이 비치는 조그마한 통창을 두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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