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

죽음에 관한 영화

by HU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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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박제된다! 남겨진 사람들의 몫으로... “오갱끼데스까" 죽은 자에게 안부를 묻는 대사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현재 여행자에게 던지는 안부의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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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 날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연상되는 영화가 하나 있다. 바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일본 영화 러브레터이다. 우두커니 서서 흰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러브레터의 배경이 된 호타루의 순백의 설원을 떠올리곤 한다. 영화 러브레터의 매력은 마치 아득히 잊혔던 첫사랑의 설렘을 되살아나는 듯 한 가슴이 뭉클한 감성과 매번 볼 때마다 놓치고 지나간 새로운 단면을 들여다보게 하다는 점이었다. 처음 보았을 때에는 눈 덮인 새하얀 설원과 아련한 첫사랑과 짝사랑 같은 순백의 러브 스토리가 눈에 들어왔다. 두 번째 보았을 때에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만의 탁월한 플롯과 빛을 활용한 화면들의 촬영 기법의 서정적이며 환상적인 뛰어난 연출력의 영상미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보아도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어떤 영화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촌스럽지도 않은 뛰어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다음에 보았을 때에는 영화 속 소소한 가족사에 관한 이야기와 한 사람의 죽음 뒤 남겨진 주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화 러브레터 이후 다수의 일본영화들을 접하면서 발견한 한 가지는 유독 일본 영화들은 죽음에 직면한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그 죽음 뒤 남겨진 주변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일본 영화가 죽은 자보다 죽음 뒤 남겨진 사람들의 관한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섬나라라는 지형의 특징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늘 죽음과 가까이 맞닿아 있는 어촌의 해양 문화(태풍이 닿치면 사라지는 남자들과 그 뒤에 남겨지게 되는 여자와 아이들의 어촌 문화)와 섬나라다 보니 통일된 단일 국가가 아닌 전국 시대처럼 여러 나라로 나누어져 끊임없이 전쟁을 겪어 온 전쟁 역사와 지진과 재해가 많아서 늘 죽음과 가까이 동행해 온 일본인의 문화적 특징에서 오는 것이 않을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영화를 다시 보았을 때 발견한 또 한 가지는 바로 영화 러브레터 하면 떠오르는 명대사 “잘 지내고 있나요.”(오겡키데스까, お元気ですか) “나는 잘 지내고 있어요.”(와타시와 겡기데쓰, わたしはげんきです) 대사에 관한 의미이었다. 그동안은 죽은 자에게 안부를 묻는 대사로만 알았는데, 다시 돌아보니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에게 묻는 안부의 질문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는 등반 중 사고로 죽은 옛 남자친구를 잊기 위해 다시 찾아간 산에서 아침 겨울 산을 향해 “오겡키데스까” “와타시와 겡기데쓰”대사를 몇 번에 거처 연신 반복해서 외친다. 전에는 죽은 남자친구에게 안부를 묻는 대사 줄로만 알았는데, 다시 보니 마치 자신에게 “이젠 괜찮아질 거야” 하며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말처럼 다가왔다. 산에서 히로코가 연신 “오겡키데스까” “와타시와 겡기데쓰”를 외칠 때 영화의 화면은 반복 적으로 전환되면서 아버지처럼 폐렴으로 위독한 상태에서 할아버지 등에 업혀 폭설을 헤치고 천신만고 끝에 병원에 도착한 또 다른 이츠키가 병원 침대에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그 물음에 답변이라도 하듯 “오 갱끼 데스까” “와타시와 겡기데쓰” 대사를 연신 반복한다. 지난날 폐렴으로 죽은 아버지 때문에 들어 나지 않던 오해와 균열이 가있는 아픈 가족 사의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족 관계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처럼 말이다.


어떠한 죽음도 죽은 자의 몫보다는 남겨진 자의 몫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남겨진 사람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픔을 극복해야만 과거 사건을 딛고 일어나 다시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편지를(일기 일수도) 통해 자신을 치료해 나아가는 한 사람의 여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성장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 영화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여행하고 있는 현재 여행자를 그리고 있는 영화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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