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빵의 추억

이러면 기분이 조크든요

by 스위밍

길빵은 양아치나 하는거예요,라고 하자 그 사람은, 한번 해봐, 얼마나 자유로운 기분인데,라고 말했다. 그래요? 회사 앞에서 이래도 되나, 밤이니까 괜찮겠죠, 나도 한번 해볼래요,라고 말하고 담배 한 대를 꿨다. 일탈하는 기분이에요. 내 최대의 일탈은 꽁초 바닥에 버리는 거였는데. 와, 진짜 자유로운 기분이다. 자정이 넘은 시각. 빌딩 사이 골목길, 넥타이맨들을 가르며. 바람이 숭숭 겨드랑이 사이를 훑고 지나갔다.


포카라의 밤. 호숫가를 걸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와, 여기서 길빵하면 기분 되게 좋겠다. 식당에서도, 공원에서도, 심지어 산에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흡연이 가능한 네팔인데, 어쩐지 길빵은 너무 양아치 같아서 하고 싶지 않았는데. 포카라에 온 뒤로는 담배는커녕 술도 잘 먹지 않았었는데. 3km를 걸어 저녁 한 끼를 먹고 다시 3km를 걸어 호수 끝자락 숙소로 돌아가는 길. 맥주 한 잔을 기분 좋게 한 탓인지 그날 밤엔 왠지 그러고 싶었다. 담배펴요? 저 일 년에 한 갑 펴요, 우하하. 말보로 라이트를 얻어 피니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동네 백수들처럼 휘적휘적 흙길을 걷는다. 물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조악한 ‘포카라 디즈니랜드’ 관람차 불빛이 어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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