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위밍 Jun 06. 2019

이번 주의 대화들

1.

“주근깨 있으면 더 예쁠 것 같은데”

어제 처음 만난 어떤 이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말했다. 나는 순간 당황해서, “아 딱히 주근깨를 가리는 화장을 한 건 아닌데”라고 답했다. 상대방은 그 말을 받아 “아니, 약간 삐삐같애”라고 했다. 나는 “네, 사실 저도 제 주근깨를 좋아해요”라고 답하려다 그냥 푸하, 하고 웃었다.


2.

“질적 연구자들은 진실이 어딘가에서 똑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 속에 놓여있다고 봐요.”

연구자가 말했다. 그 말이 너무 멋져서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 진실이란 건, 결국 연구자의 해석에 달린 것이죠."

나는 몇 년 전에 읽었던 텍스트를 떠올리며 연구자에게 다시 물었다.

"결국 질적 연구라는 건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진실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 자체가 하나의 렌즈로서, '나'라는 세계가 경험한 다른 세계를 해석하는 건가요?"

"그런 관점이 있죠. 연구자 역시 특정한 사회나 문화의 일부니까요."

"질적 연구자 너무 멋지다!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이네요! 저 좀 설레요!"


3.

"책은 좀 읽어봤어요?"

"아니 그게, 너무 개인적인 얘기더라고요. 저는 민영 씨한테 저에 대한 얘기를 안 했는데, 제가 이 책을 읽어버리면 뭔가 좀 불공평한 것 같아서요. 조금 읽다가 말았어요."

"에? 근데 제가 그런 걸 신경 썼으면..."

"책을 안 쓰셨겠죠."

"그쵸. 전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리고 책에 쓴 이야기들은 제 나름의 필터링을 거친 것들이거든요. 엄마가 볼 걸 생각해서 뺀 얘기들도 있고. 적어도 책에 남아있는 얘기들은 이것 좀 봐 달라고, 내 이야기를 팔려고 쓴 것들인데."


4.

"요즘 낙이 뭐예요?"

"음, 말문이 막히는데요. 글쎄요. 흠. 그냥 요즘 날씨 좋은 거? 초여름 날씨가 좋아요. 볕도 좋고. 그래서 낮에 산책하는 게 좋아요."


5.

"제가 내공이 부족했죠. 잘 쉬었으니까, 이제 다시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성장하는 거 아니겠어요? 이렇게 근육이 쌓이다 보면, 그래서 어느 날엔 정말로 모든 일에 넉넉히 이길 수 있게 되는 거겠지."

"그쵸. 그러길 바래야겠죠."


작가의 이전글 책방의 공동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