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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an 08. 2016

내겐 화려하지만은 않았던 베르사유 궁전

사람을 아껴서 아파야만 했던 그녀의 명복을 빌며..

2015년 7월 31일


폭염을 뚫고 도착한 여기는 베르사유 궁전.

베르사유는 파리와다른 도시라는 것을 오늘에야 비로소 깨달으며 그렇게 베르사유에 도착했다.

넓다, 넓어.


문조차도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금이다. 정말 왕의 절대권력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곳도 어김없이 관광객이 많았지만, 뮤지엄 패스로 유유히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바로크 양식? 로코코 양식? 말도 많지만 도통 알아들을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언젠가 알아듣고 싶어 지는 마음이 들 날이 오길 바라며 궁전의 입구로 들어서려는 찰나!

한쪽 팔이 뜨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럴 수가 생전 처음으로 새똥을 맞았다! 그리고  그곳은 베르사유 궁전. 실없는 웃음만 계속 흘리며, 소매가 없는 팔에 떨어져 아주 다행이라는 말을 날리며 화장실로 직행했다. 앞으로 내게 베르사유 궁전은 새똥과 함께 기억될 것이다.


루이 14세가 파리에 있는 보 르 비콩트 성의 아름다움을 질투하여 베르사유 궁전을 지을 때 무조건 그 성보다 크고 아름답게 지어라고 했다니, 그의 질투 덕에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베르사유 궁전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각 방마다 배치된 화려한 가구들과 조각품들. 벽 한 면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그림과 천장화. 대리석으로 점철된 벽과 바닥. 과연 화려함의 극치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베르사유 궁전. 태양왕이라는 별칭답게 궁전의 곳곳에서 태양의 모양이나 태양신 아폴론과 관련된 무늬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아폴론으로 보이는 아래 문 손잡이도 꽤 귀엽다.


왕비의 침실에서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썼다고 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에서 죽은 불쌍한 인물일 뿐인데, 외국에서는 왜 그렇게 그녀가 유명하지?"

친구의 물음에 내가 더 의아해졌다. 정말? 오히려 프랑스에서는 그녀가 그리 유명하지 않다는 말이야? 왜 그럴까 생각해 보던 나는 "베르사유의 장미" 만화를 말해 주었다. (초등학교 때 정말 가슴 아프게 봤던 그 만화. 아, 추억의 오스칼!) 그 만화 덕분에 초등학생 때부터 이미 마리 앙투아네트니 루이 16세니 프랑스혁명 등에 대해 들어봤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대답해 놓고 보니 뭔가 부족하다. 그러게 왜 유명할까?

만화에서 그녀는 오히려 바보같이 순진하고 선량한 인물이었던 걸로 기억되고, 그녀를 악명 높게 만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세요."라는 말은 그녀가 내뱉은 적도 없기에 오히려 억울한 인물일 뿐이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프랑스 혁명의 극적 효과를 위해 그런 말을 지은 듯 싶다.

저 무거운 샹들리에가 이렇게 천장에 멀쩡이 붙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놀랍기도 하고 무섭다. 사실 샹들리에를 볼 때마다 난 『소년탐정 김전일』만화책에서 본 샹들리에를 이용한 살인사건이 자동반사로 항상 떠오른다... (하핫 ^^;)

그시대 최첨단의 예술이 집약되어 있을 베르사유 궁전. 그 당시 최고의 예술가들이 와서 만들었겠지. 그러고 보면 그 시대 살았던 예술가들은 한편으로 고달프지 않았을까?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이 아닌 왕이 혹은 교황이 원하는 것을 만들고 그려냈으니.. 하긴 그렇게 따지면 현대를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 고용주가, 자본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것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얻는 것을 보면 삶은 지금도 그때도 묘하게 연결되는 것 같다.

사람이 가장 많은 이 곳은 베르사유 궁전에서도 가장 유명한 유리의 방이다. 근데 유리가 많이 낡아져서 인지 처음엔 유리의 방인지 몰랐다. 유리창과 그 맞은편마다 붙어 있는 거울이 빛을 서로 반사하며 이 방을 얼마나 눈부시고 크게 보이도록 만들었을지... 루이 14세는 태양왕인 자신의 위엄을 보이려 국빈을 맞거나 행사를 할 때 항상 이곳에서 했다고 한다.

나폴레옹 1세. 역시 로마 황제가 입고 있던 것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



베르사유 궁전 한 켠에는 이렇게 그 당시 귀족들의 그림도 같이 걸려 있다. 건물에 이름 새기는 것, 초상화 걸어두는 것 참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파리에서 떨어진 곳에 궁전을 지어놓다 보니 그 당시 귀족도 전부 베르사유로  넘어왔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힘의 이동이 좀 일어나지 않았나 싶다. 그때부터 시작된 건지는  몰라도 베르사유가 현재도 좀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대통령이 되기 전 이 도시의 시장이었다고 하는데, 대선 전에 서울 시장을 '거치는' 것으로 여겨지는 우리나라 정치가 문득 떠올랐다.


드디어 밖으로 나와 방대한 정원을 구경할 시간.

궁전 바로 앞마당에서 찍은 사진인데 아직도 정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술래잡기 하기에도 딱 좋아 보이는 그런 정원. ^^;

성 내부만 입장료를 받고, 이렇게 정원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벌써부터 사람들이 와서 이렇게 쉬고 있다. 자전거 타고 달리다가 느닷없이 풀밭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는 사람을 보며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이렇게 자유로이 드나들며 운동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음에 동네 주민들이 살짝 부러워 지기도 했다.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 4편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미로가 생각나게 하는 이곳. 이 미로 숲 역시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이다. 사람 키의 몇 배나 높은 미로 숲을 나무로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유명한 예술작품보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내게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귀족들이 이곳에서 밀회를 즐기기도 했다니, 파리 사교계의 시작이 바로 여기인 듯싶다.

그리고 정원의 끝. 시끌벅적한 풀밭과 호수를 지나 울창하고 한적한 나무숲으로 친구를  따라왔다. 개인이 기증하는 나무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 숲에 오직 한 나무, 그와 그의 친구들이 한 친구의 이름으로 기증한 나무를 찾으러. 몇 달 전 친구 중의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녀가 평소에 좋아했던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 그녀의 이름으로 친구들이 나무 한 그루를  기증했다고 한다. 그때 나무를 확인 못했던 터라 이번 기회에 나무를 찾고 싶다는 그를 도와 어떤 나무 일지 열심히 수색해 보았으나 결국 찾지는 못했다. 항상 세상의 슬픔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여 슬프고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던 그녀는 저 먼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들에도 항상 가슴 아파했단다. 그 선한 마음이 더 아프게 내게 다가온다. 얼마나 아플까? 세상에서 일어나는 부당하고 폭력적인 일들을 진정 가슴으로 느끼며 나의 무기력을 확인해야할 때 오는 그 좌절감은...  이제는 편안한 정원의 나무를 등받이 삼아 행복하게 휴식하기를 바라며 베르사유 궁전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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