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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Mar 19. 2017

[터키] 이스탄불의 첫 느낌.

다시 아시아로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터키의 이스탄불로 이동하며 유럽 여행 중 처음으로 비행기를 탔다. 가장 저렴한 비행기를 찾느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환승을 한다고 6시간을 기다렸다. 파리에서부터 내 여권에는 도장 하나 찍히지 않았고, 여권을 보여달라는 사람도 없었다. 이스탄불에 도착하니 EU 국가에서 누린 혜택이 끝나고 난 출입국 수속을 하는 긴 줄의 끝에 서 있다. 다른 대륙으로 넘어왔단 게 실감 난다. 이스탄불 공항에 내려 시내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낯선 언어가 가득한 광고와 표지판을 보니 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부산스러운 분위기와 활기가 나를 향해 밀려온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한 갈라타 다리

"활기참"

제일 먼저 코로 전해지는 바다의 냄새와 바삐 오가는 사람들. 처음으로 본 이스탄불은 팔딱팔딱 뛰는 물고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유럽에서는 뭔가 정돈된 느낌이 있었다면, 이곳 이스탄불은 아무 거리낌 없이 뛰어오는 아이를 보는 느낌이었다. 그 활기 때문인지 아시아에 다시 온 느낌 때문인지 이스탄불에 급속도로 정이 간다. 하지만 한 시야에 몇 개씩 들어오는 모스크를 보는 순간 느껴지는 이질감. 역시 다른 나라긴 다른 나라구나.


길거리 음식들이 맛있어 보인다. 소금 뿌린 구운 옥수수와 검은 참깨가 뿌려진 둥근 빵인 시미트는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홍합 껍데기에 홍합과 볶음밥, 칠리소스를 얹어 놓은 게 맛있어 보여 하나 먹었는데 별로였다.

이스탄불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갈라타 다리는 이스탄불의 신시가지와 올드타운을 연결하고 있다. 부산 남포동과 광복동 그 어디쯤이 연상되는 이 곳. 어시장 특유의 비린 냄새가 가득하고, 분주하지만 생기 넘치는 표정의 이 곳. 다리 위에서는 생계를 위해 혹은 취미 삼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이 전혀 깨끗해 보이지 않아서 과연 여기서 잡힌 아이들을 먹어도 될까 싶지만 여기서 잡히는 고등어는 이스탄불의 명물 고등어 케밥(발릭 에크맥)의 재료가 되고 갈라타 다리 옆 에미노뉴 항구의 수산시장을 먹여 살리고 있다. 근데 케밥에 고등어가 웬 말이냐. 게다가 말이 케밥이지 바게트 빵에 구운 고등어와 양파를 넣은 게 다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정말 말도 안 되는 조합이다.. ㅠㅠ 저렴하게 한 끼 때우기 좋은 이스탄불의 명물이라지만 난 도무지 손이 가질 않는다..

올드타운으로 넘어와서 신시가지로 이어지는 골목길을 올라가면 갈라타 타워가 나온다. 타워 자체는 그리 높지 않지만 지대가 높아 타워에선 이스탄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타워 내부에는 내 눈을 끄는 것이 별로 없어서 곧장 타워 꼭대기로 올라갔다. 정돈되지 않은 제멋대로 난 골목길과 건물에 참 정이 간다. 게다가 고층빌딩도 없어서 시야는 막힘없이 쭉 뻗어나간다.

옥상에 걸려 있는 빨래, 무너진 담벼락에 사람 사는 동네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갈라타 타워가 있는 곳은 신시가지라지만 말만 그럴 뿐 올드타운보다 더 올드한 벽돌 길과 골목길에 그런 구분이 우습게 느껴진다.


갈라타 타워를 내려와 갈라타 다리로 다시 내려갔다. 바다를 끼고 발달한 이스탄불이라 페리도 이곳의 중요한 교통수단인 듯 퇴근 시간대가 되자 많은 사람들이 페리 터미널에 몰려든다. 아픈 다리를 달랠 겸 1시간가량 이스탄불의 주변을 도는 페리 크루즈를 탔다. 해 질 녘의 시간에 운 좋게 타서 바다와 도시의 색이 변하는 걸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 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볼 때는 바다가 참 작다 생각했는데, 막상 배 위에 있으니 역시나 바다는 바다다 싶었다. 이 넓은 바다.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바다. 이 바다를 끼고 터키 국토의 2%는 유럽에, 98%는 아시아에 걸치고 있다. 이 바다 덕에 터키의 역사는 스펙터클 할 수 있었다. 이 바다 덕에 이스탄불엔 2개의 전혀 다른 문화가 아름답게 공존하고 있다.

보스포러스 대교

도시 전체에 흐르고 있는 어수선함과 생동감. 한국의 재래시장에서 느껴지는, 방콕의 카오산로드에서 느꼈던, 타이베이의 어느 야시장에서 느꼈던 그 제멋대로인 듯 보이지만 각자의 생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모습. 그 모습이 아름답다. 석양을 배경으로 삼아 서 있는 모스크는 이 도시에 이스탄불만의 색깔을 더한다.

보스포러스 대교. 도시의 이쪽과 저쪽을 이으며 바다를 지나는 다리. 광안대교 같다.
멀리 보이는 갈라타 타워

1시간가량 배 위에서 이스탄불을 구경하고 다시 갈라타 타워 근처의 숙소로 돌아왔다. 맛있는 터키식 피자를 깨끗하게 먹어치운 뒤 잠들었다.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는 레안더스 타워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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