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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Mar 26. 2017

[터키]한 도시에서 두 대륙을 만나는 이스탄불의 매력①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블루모스크), 아야 소피아 성당

멀리 블루모스크의 돔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어디서 많이 본 조형물 하나가 눈에 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봤던 오벨리스크가 여기에도 있다. 이 오벨리스크는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이집트에서 터키까지 왔을까? 정말 이 지역의 역사도 파란만장하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역사를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는다.

블루 모스크

거대한 블루모스크 앞에 도착했다. 파란 하늘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둥근 돔 여러 개가 모스크의 천장을 이루고 있는 게 꼭 조그만 아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것 같아 귀엽다. 무슬림의 기도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느라 블루모스크로 입장하는 줄은 길게 늘어서 있고, 그 줄을 피할 겸 블루모스크의 역사를 설명해 주는 프레젠테이션을 들었다. 블루모스크에서 친히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설명해주는 아저씨가 꽤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모스크의 안마당(?)

천장을 수놓은 화려한 색의 배열. 양탄자가 모스크 내부를 다 둘러버린 것 같다. 긴 줄을 기다려 들어온 블루모스크는 과연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지역 특유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천장과 벽의 그림. 고개를 바짝 들어야 할 만큼 높다란 천장. 과연 술탄이 이곳에서 예배드렸다는 명성답게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내가 본 모스크는 싱가포르에서 본 술탄 모스크가 전부였고, 그것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이스탄불에 있는 건 정말 차원이 달랐다. 이렇게 거대한 모스크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앉아 기도하고 예배드릴까. 기둥 중간마다 적혀 있는 아랍어는 이곳에 신비로움을 더했다. 스태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정중앙에서 빛을 내고 있는 거대한 샹들리에가 정말 아름답다. 천장의 둥근 돔과 정교하고 아름다운 벽 덕택에 바닥에 양탄자가 아닌 교회 의자를 갖다 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모스크든 교회든 이곳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을 보면 종교적인 분위기로 이곳을 잘 꾸며놓았구나 싶다. 모스크 구석구석마다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카메라를 들이댈 때마다 조금 조심스러웠다. 누군가에게는 성스러운 장소인데 구경거리로 보는 나 때문에 그들의 종교활동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 괜한 노파심을 가지며 모스크를 나왔다.

블루모스크에서 나와 큰 대로를 따라 정면으로 5분 거리 떨어진 곳에는 붉은색의 아야 소피아 성당이 마주하고 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모스크와 성당. 타 종교에 대한 예의상 멀리 세울 법도 한데 보란 듯이 마주 보고 있는 두 사원. 하지만 더 묘한 것은 두 개의 건물이 쌍둥이처럼 묘하게 닮아 있는 것이었다. '나중에 지어진 블루모스크가 아야 소피아 성당을 벤치 마크한 게 아닐까?' 싶었다.

아야 소피아 성당

입장료가 무료였던 블루모스크와는 반대로 이곳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시린 마음을 부여잡고 안으로 들어가면, 처음엔 실망을 살짝 했다.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왔는데 칠이 벗겨지고 때가 낀 벽이 나를 반기니 말이다. 하지만 이 하나의 장면은 내 머릿속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어 놓았다. 

천장과 벽에는 성모 마리아와 성경 속의 인물들이 그려져 있지만 모스크에서 봤던 아랍어가 군데군데 적혀 있다. 세상에 다시없을 풍경. 마치 교회에 부처님 상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성모 마리아가 내려다보고 있는 곳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던 무슬림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곳곳에 칠이 벗겨진 건 예배당의 목적이 바뀔 때마다 이전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이기도 하고, 지금으로부터 1,400년 전에 지어졌던 그 오랜 역사를 대변하기도 한다. 그것도 모르고 '입장료까지 받으면서 관리 안 하네' 불평하고 있던 내가 웃기다. 처음에는 비잔틴 제국의 교회로 지어진 이 곳을 굳이 허물지 않고 이슬람교의 예배당으로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이곳이 아름다웠다는 증거가 아닐까. 

미로처럼 나 있는 돌계단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예배당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면이 보수공사 중이라 공사 가림막이 예배당의 반을 가리고 있다. 기둥 곳곳마다 성경 속의 누군가가 그려져 있다. 히잡을 쓰고 있는 사람들과 성경 속의 인물이 그려진 벽화가 함께 있었다니... 묘하다. 

 

엄지손가락을 넣고 돌리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아픈 시대였을지 몰라도, 그 덕에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진기한 곳이 이 곳 이스탄불에 탄생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한 공간에서 동거하고 있는 모습. 1,000년 넘게 이 곳에 우뚝 서 있으면서 이스탄불의 역사를 내려다보고 있었을 아야 소피아. 비록 블루 모스크 보다 투박하고 덜 정교해 보일지 몰라도 이스탄불 만의 독특한 색은 바로 이곳 아야 소피아에서 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아야 소피아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나저나 아야 소피아를 성당이라고 부르는 건 처음 성당으로 지어졌던 그 목적을 존중하는 의미인가?)


아야 소피아 성당의 2층 스테인드 글라스 틈으로 지는 석양이 보인다. 해가 지는 하늘로 보이는 모스크의 돔이 참으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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