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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an 05. 2018

브리즈번에 있다면 가볼만한.. 퀸즈랜드 주립도서관

State Library of Queensland

정말 오랜만에 하는 도서관 포스팅입니다.. ㅠ

 

이 도서관은 호주 브리즈번에 있는, 퀸즈랜드(Queensland) 주의 주립도서관이다. 브리즈번의 대표 관광지역인 사우스뱅크(South Bank)에 박물관, 미술관과 함께 퀸즈랜드의 문화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우선 도서관은 참 아늑하다. 뭐 도서관에 데이트를 하러 가는 것도 자러 가는 것도(일 수도 있다.) 아니지만 거대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바닥에 깔린 카펫 덕에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하지만 자고 있으면 사서가 와서 깨운다.) 브리즈번 강을 바라보고 있는 이 5층 건물에선 어느 층에 있든 강을 환하게 볼 수 있다. 밤이 되면 도서관에서 보는 야경도 꽤 볼만하다.


여기에선 개인이 쓸 수 있는 공간이 넓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의자를 다섯 개 정도 놔둬도 될 것 같은 책상에 의자를 네 개만 놓거나, 두 사람만 쓸 수 있는 넓은 책상이 있다는 말이다.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아도 되니 다른 이용객에 폐 끼칠까 괜히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팔도 막 뻗을 수 있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4층에는 열람실과 함께 특별전시실이 있다. 전시실 덕분에 의외로 사람들은 이곳에 열람실이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도서관을 통틀어 가장 조용한 곳이기도 하다. 비록 음료수를 먹지는 못하지만, 창가 바로 앞에 책상이 있어 마치 전망 좋은 카페에 있는 착각이 든다.

호주의 도서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미팅/스터디름'이다. 사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그룹스터디를 하려면 마땅한 장소가 없는 경우가 있다. 스터디 카페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 있고, 카페에서 괜히 다른 손님들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최소 두 명부터 딱 봐도 열 명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크기의 스터디룸이 있다. 조별 숙제하는 학생들, 마땅히 미팅할 장소를 찾기 어려운 이제 막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동호회 사람들에게 최고의 공간이다. 도서관 회원이면 미리 예약해서 최대 3시간까지도 쓸 수 있다.(회원 가입도 무료, 스터디룸 쓰는 것도 무료다.) 나도 일주일에 한 번씩 호주인 친구를 만나서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영작 첨삭받는 곳으로 잘 이용했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건 1층의 베이비룸이다. 문화센터란 곳이 없는 호주에서는 각 도서관에 아기들을 위한 행사가 꽤 자주 열린다. 엄마 혹은 아빠들이 아기들을 데려와 선생님이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 행사가 열리면 어쩔 수 없이 도서관은 산만해지지만, 도서관의 역할이 한국의 그것보다 굉장히 넓다는 것에 매번 놀랐다. 유모차가 열 맞춰 주차되어 있는 도서관 한편도 보기 좋다.


아직 입도 못 뗀 것 같은 아기부터 대여섯 살은 돼 보이는 아이들까지 연령별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꼭 책과 관련된 게 아니라도 아이들은 사서와, 부모님들과 함께 블록 쌓기, 인형 놀이, 색칠공부, 종이접기를 하며 논다. 호주가 그렇게 좋다거나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무리 작은 도서관이라도 이런 공간이 꼭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이래서 선진국인가' 싶었다. 사실 아이가 어리면 어디 가려고 해도 불편하고 부담스러울 텐데 도서관만이라도 편하게 갈 수 있다면 참 좋지 않은가? 게다가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들이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릴 때부터 도서관에 자주 오는(꼭 독서를 위해 오는 게 아니더라도)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팅/스터디룸

주립도서관에는 퀸즈랜드 작가 센터 Queensland Writers Center가 있어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강좌도 많이 열리고, 매년 브리즈번 작가 페스티벌 Brisbane writer festival도 개최한다. 한 축제기간에 북한에서 6개월 간 영어를 가르쳤던 한국계 미국인, Suki Kim 씨가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녀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몇 달 전부터 나는 도서관에서 무료로 코딩 수업을 듣고 있다. 8주간의 코딩 완전 초보를 위한 수업인데 매주 토요일 10시부터 4시까지 한다. (혹시 브리즈번에 사시는 분들 중에 수업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홈페이지에서 신청 가능합니다. http://www.justcoding.com.au/ )

도서관에서 코딩 수업 중

강변에 위치해서 아름다운 전경을 자랑하는 이곳은 심지어 결혼식이나 파티 장소로도 쓰인다. 토요일 저녁, 1층의 강변으로 난 테라스에서는 심심치 않게 피로연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도서관의 브로슈어에서는 아예 예식 정보도 따로 마련해 두었다. 이곳에는 예식장이란 것이 따로 없기도 하지만, 도서관에서 하는 결혼식도 굉장히 독특하지 싶다.


도서관, 박물관, 강연장, 예식장까지 겸하는 팔방미인, 퀸즈랜드 주립도서관. 1층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브리즈번의 따뜻한 햇살 아래 광합성을 해 보는 건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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