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대학 도서관
바르샤바 관광지도에 당당하게 소개되어 있는 바르샤바 대학도서관. 지도에 도서관이 표시되어 있는 걸 발견할 때마다 따로 찾을 필요가 없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그리고 지도에 굳이 표시되어 있으면 꽤 볼만하지 않을까 기대도 된다. 여기 바르샤바 대학 도서관도 그런 곳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도서관이 아니라 도서관의 옥상정원이 더 유명한 곳이었다. 나는 그걸 몰랐다. 좀 아쉽다.
아무튼 멀리서부터 눈여겨보며 다가갔던 카키색의 건물. 오 도서관이다! 외관이 독특하여 참 마음에 든다. 도서관 정문에는 알 수 없는 노래의 악보와 가사로 한쪽 벽을 채우고 있다. 왜 가사는 폴란드어가 아닐까?
도서관 로비는 카페와 함께 다양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유명한 화가의 그림은 아니겠지만 다양한 그림이 상당히 많이 걸려 있다. 도서관이 아니라 모던 갤러리 같다. 이렇게 다양한 볼거리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도서관이라고 무난한 건물에 책만 저장해 놓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책만 보러 가는 곳이 아니라 그림도 보고, 카페에서 사람도 만나고, 옥상정원 구경하면서 시내도 내려다볼 수 있는 곳.
투명한 내부 인테리어 덕분에 책꽂이만 없었다면 전혀 도서관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도서관 1층에는 '특별한 노트' 전시가 자그맣게 열리고 있었는데 전혀 노트, 공책 같아 보이지 않은 아이들이 유리관 속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퍼즐, 케이크, 숄더백 모양을 한 노트들. 손으로 들춰보고 나서야 이것의 정체를 알게 됐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예쁘게 만들어 놓았을까. 너무 예뻐서 글씨 하나나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뭐야 학생이 공책 한 권 안 들고 다녀?'
'뭔 소리 하는 거야. 여기 매고 왔잖아!'
유럽에서는 도서관에서 대놓고 누워서 자는 사람들을 참 많이 봤는데, 이 의자는 아주 낮잠 지원 기능을 갖추었다. 소파 뒤에 있는 동상도 누군가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일 텐데 소파 뒤로 밀려 있는 걸 보니 좀 처량해 보인다. 마침 멀리 소파에서 한 학생이 아주 편한 자세로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유럽의 도서관에는 정말 편한 의자를 자주 볼 수 있는데, 거기서 책을 보는 사람보다 졸고 있는 사람을 더 자주 봤다. ^^
굉장히 모던한 느낌의 건물이지만, 군데군데 세워진 동상 덕분에 위엄도 느껴진다. 건물은 새것 일지 몰라도 우리의 역사는 결코 짧지 않다는 말을 하는 도서관. 실제로 지어진 건 1800년대인데 전쟁과 혁명을 거치면서 파괴되고 다시 지어졌다. 파괴를 반복하면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도서관. 폴란드의 평탄치 않은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그 건물에서 묘한 아름다움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