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모국어는 아니지만 유럽의 도서관에는 항상 영어책이 비치되어 있다.
예나에서 가장 큰 도서관. 프리드리히 쉴러 예나대학교 겸 튀링겐 주립 도서관.
대학교 도서관과 공립 도서관이 함께 있는 건 처음 본다. 아마 그리 크지 않은 도시라서 큰 도서관 두 개를 합친 듯. 도서관 로비에 제멋대로 나붙은 게시물을 보니 정말 대학교에 온 느낌이다. 독어는 모르지만 동아리 모집 광고와 과 행사 공고로 보이는 게시물... 자기 멋대로 붙어 있는 공고물이지만, 저걸 만든 학생들은 단어 하나하나 고민 좀 했겠지. 동아리 행사를 알리려고 포스터를 제작하고 여기저기 붙이러 다니던 그 시절이 불쑥 떠오른다.
투명한 도서관의 내부는 베를린 도서관과는 달리 산뜻하고 밝아 보인다. 천장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볕에 내부는 환하고, 복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창 너머로는 공부 중인 사람들과 빽빽한 책꽂이가 보인다.
유럽의 도서관을 다니면서 우리나라 도서관과는 또 달랐던 것이 아무리 작은 도서관이라도 영어로 쓰인 책이 한 파트를 이루고 있는 점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 자국어가 있는 걸 감안하면 꽤 흥미롭다. 한국에서는 시나 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이나 영어 특성화 도서관에 가야만 찾을 수 있는 게 대부분인데..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 대부분의 정보가 영어로 발행되기도 하고, 유럽 어느 도시에나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어서 더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한국인보다는 영어를 잘 해서라는 것도 또다른 이유가 될까?
도서관과는 별개의 이야기지만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한국에는 정말 한국인들만 많이 살고 있단 걸 깨닫는다.(물론 나쁘다는 게 아니다.) 요즘에는 한국에도 외국인이 많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서 마주치는 외국인의 비율보다는 훨씬 적다. 예전에 들은 농담 중에 서양인이 적응하기 쉬운 아시아 국가들의 등급에 대한 것이 있었다. 초보 레벨이 싱가포르나 홍콩, 태국 등이고, 중급 레벨이 중국, 베트남 등이다. 그리고 마지막 레벨이 한국과 일본이라고 했는데, 농담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는 맞는 듯하다. 당장 비즈니스만 보더라도 외국 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때 우리의 문화와 색, 성향 때문에 그렇게 힘들다고 했다. 어느 나라나 고유의 문화가 있지만, 한국은 다른 곳보다 더 폐쇄적인 것 같다는 그들의 말. 도서관의 영어책 비중을 보고 이런 말을 떠올리고 이야기하는 게 비약일 수도 있지만, 전혀 무관하진 않은 것 같다.
2층에는 예술에 관한 책들이 3층에는 사회, 역사에 관한 책들이 주로 비치되어 있는 도서관.
도서관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혼자 공부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 공간은 도서관 웹사이트에서 미리 예약할 수 있고, 아래 보이는 독방으로 들어가 혼자 공부할 수 있다. 도서관에 혼자만의 공간이 있는 걸 태어나서 처음 봤다. 안으로 들어가면 외부의 소음이 차단돼 책과 혼연일체가(!) 될 수 있다.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하지만, 도서관부터 많아지는 게 우선이겠지..
학기 시작하기 일주일 전이라 도서관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다. 도서관은 대부분 통유리라 책상에 앉아서 예나 시내를 볼 수 있는 훌륭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흐린 이 곳, 통유리는 좀 춥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