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gnole de l'orne, France

휴양을 위한, 휴양하는 도시

by 사라

2015년 8월 3일

내 실체는 거지 배낭여행객이지만 오늘부터 2주간은 운전하지 않는 내게는 편한 로드트립이 시작된다. 이 로드트립이 끝나면 난 다시 가난한 나 홀로 배낭여행객으로...


첫 목적지는 아직도 전혀 발음할 수 없는 bagnole de l'orne이라는 도시. 파리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북쪽으로 가면 있는 곳. 아무 이유 없이 친구의 부모님이 그곳에서 요양 겸 휴가를 가 계셔서 같이 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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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만난 기아자동차 건물. 그 위로 보이는 무려 7년간의 보증기간. 이것저것 다 따지고 보면 12년까지도 보증기간을 받아낼 수 있다고 한다. 많은 한국인들이 유럽에서 유독 긴 보증기간에 대해 불평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혼자 구시렁대었더니 친구가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기 사람들이 기아를 어떻게 알고, 믿고 사겠니? 저 긴 보증기간 때문에 사람들이 믿고 사기 시작했어. 그리 나쁘지 않은 전략 같은데."

워낙 명차가 많은 유럽이라서 유러피안의 생각과 기아의 전략도 어느 정도 해는 간다만, 그래도 너무 길지 않은가... 배신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파리를 벗어날수록 초원의 연속이다. 고속도로 근처의 초원에서는 소와 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와우! 이렇게 동물들이 자유롭게 풀 뜯고 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게 언제였던지... 옆으로 소들이 지나갈 때마다 경외심이 가득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가슴 가득 행복함을 느꼈다. 이런 장면을 보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기도까지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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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한 도시. 백조의 호수를 연상시키는 호수와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처럼 생긴 듯한 집들. 날씨는 여전히 화창해서 정말 동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다. 아기자기한 풍경이지만 사실 이 도시는 어르신들의 요양을 위한 도시이다.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라 마사지와 더불어 여름이면 전국의 어르신들께서 이곳으로 요양을 오신단다. 덕분에 섹시한 젊은이들 대신 평안한 노후를 즐기는 많은 어르신들로 도시의 풍경이 왠지 더 느리고 평화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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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었던 파리 외곽의 어느 레스토랑에서도 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손님이 흰머리의 노인분들이라 '고령화 사회'란 단어가 바로 떠올랐는데, 이곳은 더 심했다.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분들이 다 노인분들. 그들만의 리그에 내가 억지로 끼어든 느낌이 든다...

IMG_0020.JPG 미니골프를 즐기는 가족들

아직 골프는 비즈니스용이나 과시용으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자란 나라서, 가족들이 미니골프를 즐기는 모습이 낯설다. 하지만 막상 체험해 보니 상당히 재미있다. 골프를 이렇게 가족놀이로, 레저용으로 즐길 수 있다니 이렇게 또 하나 배우는구나. 내 고정관념 하나가 또 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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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거닐며 내가 참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보통 여행 가는 파리 이외에 이런 도시까지 방문하게 되다니... 아무리 전통적인 건물이 많이 남아있어도 분명 파리는 대도시라 메트로폴리탄의 느낌이 없을 수 없는데, 이곳은 그야말로 프랑스의 시골이다. (물론 휴양지로 개발은 좀 됐지만...) 파리의 회색 건물과 달리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주변 풍경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정말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이틀 후에 정말 프랑스의 시골을 또 가지만은, 파리가 아닌 프랑스의 시골에 와 있다니, 나 정말로 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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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

오늘은 경치를 즐기고, 이 도시의 많은 다른 사람들처럼 푹 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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