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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Feb 01. 2016

[번외] 여행 중 글 쓰는 것에 대해

"여행을 하다 보면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들이 있고, 그 생각들은 내가 평소에 하던 것들과 참 달라서 꼭 적어둬야 하는데 망각의 동물인 나는 잘 까먹는다. 2년 반 전 혼자 캄보디아에 열흘 여행 갔을 때의 그때 느꼈던 감정들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메모를 미뤄둔 탓에 지금을 사라진 게 참 아쉽다. 그래서 일기를 쓰고 싶은데 역시 녹록하지 않다. 여행 중에 매일 블로깅을 하는 분들 참 존경스럽다...."


라고 사실 여행 중에 적어두고는 매일 블로깅을 하지 못하는 나를 자책했었다. (사실 여행 중 매일 블로깅 하는 게 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여행한지 한 달 후에 깨달았다. 블로깅이라는 자체가, 누군가 내 글을 본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 일기와 달리 더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지금 내가 하는 여행에 온전히 나 자신을 담그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난 또 현재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한 편의 글을 써서 포스팅하는 과정도 내게는 최소 몇 시간이 걸리는데다,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보다 글을 주로 쓰고 싶은 내게는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다. 

 실제로 여행 중 저녁 시간에는 피곤하고,  그다음날의 일정을 짠다. 아니면 그때그때  만난 여행객이나 동네 주민들과 이야기하고 놀거나, 밤 문화를 즐기러 갈 때도 있었는데 그런 날은 새벽 취침이 필수인지라...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니 항상 과거의 일을 글로 쓰게 되고, 난 A라는 도시에 있으면서 어제 있었던 B라는 도시에 대해 쓰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럴 때 느껴지는 괴리감이 커서 매일 블로깅을 하겠다는 결심을 여행 후 글을 쓰는 것으로 바꿨었다.


 여행 중에 매일 블로깅 하는 분들은 아마도 그 여행지가 처음이 아니거나 아니면 여행이 아닌 단순히 '나 여기 다녀감' 식의 관광을 다녀온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그 부지런함은 정말로 존경스럽다.

 그 이후 정말 무언가 끄적거리고 싶을 때를 제외하고는 여행 중에 웬만하면 글 쓰는 것을 자제하고 온전히 그 도시와 만나고 느끼려고 노력했었다. 잘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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