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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un 01. 2018

출판 계약 그리고 초교를 마치며

내가 잘하지 못하는 걸 알지만 어쨌든 계속할 때

지난달 출판 계약을 했습니다. 저를 '지적재산권자'라고 부르네요. 계약서에 회사 도장을 찍어본 적은 있지만 내 이름이 적힌 내 도장을 찍어본 것은 처음이라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도장을 찍기 직전 저도 모르게 호흡을 가다듬었습니다. 

 “이 일을 진지하게 대하시는지 느껴지네요.” 

출판사 대표님이 하신 말씀에 ‘내가 살짝 긴장하고 있구나.’ 깨달았습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기 위해 돈을 지불하는 일’ 

상스럽게 들릴 수도 있지만, 출판 계약을 했다는 건 내 글이 하나의 상품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전까지 무료로 읽히던 내 글을 읽기 위해 누군가가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 그 사실이 현실로 느껴지며 순간 부담스러웠습니다.

 

사실 3년 전에 도전했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던 내 모습을 견디지 못하다가 작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내 글을 과연 좋아할 출판사가 있을까?’ 

확실한 것 하나 없이 글부터 쓰고 있는데 참 불안했습니다. 언제나 응원해 주는 몇몇 사람만 빼고는 말하지도 않았습니다. 별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에 괜히 상처받고, 제 의지를 꺾기 싫었거든요.(해외취업을 준비할 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 그 후로 일을 벌일 때는 사람들에게 말을 안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올해 초엔 한창 같이 작업하던 출판사에서 ‘못하겠다.’고 연락받고 잠깐 멘붕에 빠졌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정말 다행입니다. 결과적으로 훨씬 더 저와 맞는 곳을 만났고, 출판 시기도 더 빨라질 것 같으니 말입니다.


책을 낸다는 것.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일인데, 솔직히 돈 되는 일도 아닌데, 내가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오버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종종합니다. 하지만 저의 버킷리스트의 한 자리를 항상 차지하고 있던 일이었어요. 그리고 다른 걸 다 떠나 ‘작가’라는 타이틀이 제게 생기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활자의 형태로 세상에 나온다는 게 정말 기쁩니다. 이 일도 제가 이전에 했던 일들처럼 지금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으로 저를 데려다주겠지요.




초교를 받고 나서

2주 전에 출판사에서 첫 번째 교정 파일을 받았습니다. 그 파일 안의 제 글은 보통 문서가 아닌 책의 형태로 놀고 있었습니다. 저자, 편집자, 출판사 등이 적힌 책 정보가 적힌 앞부분, 그리고 마지막에 찍힌 280이란 페이지수. 진짜 내가 책을 쓰고 있구나! 싶어서 괜히 진지하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보는 일은 좀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밖에 못 쓸까? 하나하나 다 꼬투리 잡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좀 씁쓸하죠. 돌아보면 살면서 그런 때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연애를 시작했을 때

대학교에 갔을 때

처음 영어를 배울 때 

막 입사했을 때

처음 외국 생활을 시작했을 때 

외국인들과 동료라는 이름으로 같이 일해야 했을 때

해외여행 경험이 거의 없는데 혼자 여행을 시작할 때

처음 이 브런치를 시작할 때

등등


내가 잘하지 못하는 걸 알지만 어쨌든 계속할 때

살면서 그런 순간을 많이 지나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잘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나가는 시간이 모여 삶이 조금씩 변하는 것 같습니다. 잘 하지 못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여기다 글을 끄적거렸더니 나름 몇몇 출판사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는 사람이 되었고, 한 곳과는 감사하게도 출판 계약도 하게 됐습니다. 얼마 전엔 제 브런치를 본 어떤 기자님과 인터뷰도 했습니다. 못해도 계속하다 보니 일이 생기긴 생깁니다.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이번에도 그럴 수 있을 겁니다. 


아무튼 두 번째 교정본을 받기 전까지 시간을 잘 활용해서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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