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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Feb 20. 2016

[이탈리아] 로마의 저녁

드디어 로마에 도착했어!

2015년 8월 8일


근처의 Brasserie에서 간단히 토스트를 먹고 길을 떠난다.

오늘 드디어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말로만 항상 들어오던 그곳, 로마. 어제처럼 약  7시간가량 차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다. 칸 영화제로 유명한 칸과 모나코 공화국이 근처에 있지만 목적지 로마를 위해  건너뛴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사이의 톨게이트에서 멋지게 생긴 청년이 큰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이 더운 여름날, 가장 더울 콘크리트 도로 위에서 그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우왓 히치하이킹! 그의 손에는 '제네바'가 적혀 있다. 로마 가는 길에 제네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태우고 싶었으나, 그럴 용기는 나지 않았다.(변명??) 그저 그의 순탄한 여행을 빌어줄 뿐.. 나도 이번 여행에서 꼭 히치하이킹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찰나 "프랑스 안녕히 가십시오, 이탈리아 어서 오세요" 도로 표지판을 놓쳐버렸다. 아무리 같은 EU지만 여권도 보여주지 않고 검문도 없이 난 그렇게 순식간에 이탈리아로 진입했다. 

처음 싱가포르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말레이시아를 갈 때 받았던 문화적 충격. 그때는 시내버스로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여권 검사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에 또 한번  충격받는다. 이래서 유럽이 여행하기도 좋구나. 육로만으로도 나라를 이동하는 게 가능한 일은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꿈같은 일이다. 육로로 이동할 방법이 없으니 여행 경비가 비싸지고, 여행을 가기가 그만큼ㅂ 어려워지는 것을 싱가포르에서 처음 느꼈다. 통일이 돼서 사람들이 쉽고 저렴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다면 그만큼 사람들의 시야도 더 넓어질 수 있고,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을 텐데...


점점 더 더워지는 날씨가 내가 남유럽에 왔음을 알려준다. 차 안의 온도는 이미 40도. 에어컨도 소용이 없다. 한여름 유럽의 날씨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남유럽에 온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불쾌지수가 극에 치달을 쯤 저 멀리 보이는 로마 표지판이 날 위로해 준다.

드디어 로마 시내에 입성했다. 콜로세움 근처에 미리 정해 둔 숙소에 짐을 대충 던져두고 해 질 녘 로마를 느껴보기 위해 거리를 나왔다. 모든 관광명소의 입장은 마감되었지만 열기가 가라앉은 늦은 저녁 로마는 시민들과 관광객로 가득 차 있다. 도시 전체가 유적지라는 말 답게 어느 거리에서나 2000년 전 로마제국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들과 동상들이 눈에 밟힌다.

로마에 왔으니 스파게티를 먹어봐야겠기에 근처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스파게티를 먹었으나 소스가 하나도 베이지 않은 빨간 우동 면이 나왔다. 그새 해는 지고 여전히 발굴이 진행 중인 한 유적지 근처를 배회하며 내가 로마에 왔다는 사실에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일이면 고대사 시간에 재밌게 배웠던 고대 로마제국의 상징 콜로세움을 보겠구나. 말로만 들었던 옥타비아누스, 시저... 그들이 거닐었던 장소에 나도 와서 똑같이 걷고 있다는 생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좋다.

근데, 너무 덥다. 해가 거의 졌는데도 덥다. 로마 지도에서 보았던 ICE CLUB만이 살 길이라 생각하고 그곳으로 갔다. ICE CLUB은 내부 온도가 영하 5도인 일종의 펍으로 입장 시 커다란 재킷을 준다. 펍 내부의 인테리어도, 술잔도 모두가 다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다. 15분 정도 앉아 있으니 벌써 추워진다. 게다가 밖의 온도에 맞춰 난 짧은 민소매 옷과 플립플랍을 신고 있어 발도 시려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꾹 참고 1시간은 더 있어 보고 싶은 마음에 꾹 참아가며 술을 마시고 오직 열을 내기 위해 몸을 살짝 흔들어본다. 그리고는 내 손에 들려진 술을 다 마시고 바로 잔을 우두둑 우두둑 깨 먹어 버렸다. ^^ 그렇게 1시간 여의 투쟁 끝에 클럽을 나와 야광등이 들어온 콜로세움을  가로질러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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