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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Jun 02. 2019

싱가포르는 정말 투명한 사회?

“싱가포르에서는 제 일만 잘하면 됐어요. 이곳에서는 정부에 잘 보여야 한다느니, 로비니 신경 쓸 필요가 없이 없이 일만 잘하면 되었습니다. 정말 편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고 뭐 대충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고 정주영 회장 자서전,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책에서 아직 기억나는 게 있다면 사람 뺨칠만한 강력한 의지를 가진 빈대와 함께 그가 싱가포르에서 일하던 때를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현대가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수주받아 일하는 동안, 정부와의 관계, 로비 등을 생각할 필요가 없어 일하는 게 정말 편했다고 했다. 이런 투명하고 청렴한 분위기가 기업인들을 마음 편히 일에만 집중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것은 업무적으로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에, 한국도 하루 빨리 이런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정말 비즈니스 하기 좋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낮은 법인세와 함께("우리 회사가 왜 싱가포르에 지사를 냈겠어? 세금 좀 적게 내려고^^" 이런 말 하는 사람들 종종 봤다.), 정부에서도 지원을 참 많이 한다. 그리고 정주영 회장이 말했듯 모든 것이 투명하고 원칙에 따라서 진행된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왜 아시아 지역 지사를 이 작은 땅 싱가포르에 세울까? 여러 이유(영어 가능, 낮은 법인세, 세계 최고 수준의 공항과 항구 등)가 있지만 그중 하나 역시 청렴함으로 대표되는 싱가포르의 투명성이 아닐까? 세계 부패 지수를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의 순위는 한참 밑이다. 2018년 부패인식지수를 보면 싱가포르는 3위에 올라 있다. 싱가포르와 함께 상위권에 있는 국가들은 유럽 국가들이다.

부패인식지수 2018  (출처: 세계 투명성기구 www.transparency.org)
부패인식지수 2018  (출처: 세계 투명성기구 www.transparency.org)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청렴도 인식에 관한 순위이다. 이 지수는 공무원과 정치인이 얼마나 부패해 있다고 느끼는지에 대한 정도를 국제 비교하고 국가별로 순위를 정한 것이다.(출처: 위키피디아)


아시아라는 시장에 진출은 해야 되는데 대부분의 국가를 믿을 수는 없고... 그런데 뙇! 싱가포르가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 지원도 잘해준다. 그래서 인구가 약 600만 밖에 안 되는 작은 도시국가에 굵직한 기업의 아시아지역 본사가 포진해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꼭 설날 전만 되면 우리 회사 베트남 지사에 공무원들이 많이 왔다더라. 되지도 않는 걸로 트집 잡고 나서는 '이거 보고 안 할 테니까 돈 달라.' 요구했대."

인도네시아 쪽을 담당하던 친구 역시 이런 문제 때문에 골치를 썩는다고 한다. 뒷돈은 물론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을 받지 않는 것이 회사 정책인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생각이 그렇지 않으니 매번 그들을 트레이닝시키고 설득하는데 정말 많은 힘이 든다는 거였다. 커넥션이 없으면 일하기도 힘들다. 솔직히 한국 역시도 이런 문제에서 깨끗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청업체에서 잘 봐달라고 떡값도 주고 술도 사주고 아잉 너무 좋아. *^^*”

대학교 4학년 때였나? 졸업한 선배 중에 이렇게 말하던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의 이야기를 듣던 나를 비롯한 친구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런 놈들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가 이렇지.' or

‘우와 역시 큰 기업 들어가야 큰소리 떵떵 치고 사람들이 알아서 기는구나? 빨리 토익 공부하러 가야겠다.’


우리는 선배의 뒷담화를 좀 했지만 내심 부러워했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을 하고 싶어 하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도 이런 식의 갑질로부터 자유로워지거나, 차라리 내가 그걸 할 수 있는 위치에 가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회사에서 야유회를 가는데 가방이 없네?”

 “나 요즘에 맛있는 게 먹고 싶은데...”

라고 말하던 자신의 알량한 지위를 가지고 때마다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하던, 고객사(요즘 새 주인 찾느라 정신없으시더라고요.)의 어떤 놈도 있었다. 회사에서는 '당연히' 접대비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따로 떼 두기도 했다. 그때가 2011년이었으니 이제는 좀 나아졌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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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며 한국에서 일한 시간보다 싱가포르에서 일한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그동안 한국에서 일하며 봤던 더러운 꼴을 여기서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고객사에게 돈을 쓴다고 해 봤자 저녁 같이 먹는 게 다 였으니.


비즈니스에만 신경 쓸 수 있는 분위기, 공무원과 정부와의 커넥션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곳, 게다가 영어까지 잘해!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에게 싱가포르가 매력적이지 않을까. 싱가포르의 법은 대체로 엄격하지만 부패는 중범죄로 여겨지며 처벌 수위도 높다. 이런 걸 보면 영어와 투명성의 가치를 눈치채고 그것을 싱가포르의 가치로 설계한 고 리콴유 수상이 새삼 대단해 보인다. (한 당이 몇십 년째 정권을 잡고 있는 걸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환경에서 이렇게 투명함이 유지되는 것도 참 신기하다.)


일하는 사람이 바라는 건 그리 큰 게 아니다. 일 외적인 것에 신경 쓸 필요 없이 그저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그게 아닐까?





* 책에 들어갈 글 쓰다가 급 생각나서 끄적였던 글을 정리해서 올리는데 뭔가 의식의 흐름 같은 느낌이 드네요. ^^; 책은 이제 제 손을 떠나 인쇄에 들어갔어요. 며칠 전에 표지를 받아서 한 번 올려봅니다. ㅎㅎ 


https://brunch.co.kr/@swimmingstar/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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