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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Feb 10. 2023

조금 천천히 가기로 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시는 그대에게 심심한 위로 한 스푼.

 "일을 계속해야 할까요? 육아에 더 집중해야 할까요?"


임신,  출산, 육아를 하며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제 보니 굉장히 안일했다..ㅋ) 나는 일도 계속 벌이고, 아기도 잘 돌보고 다 할 수 있을 거라는 아주아주 천국에 있는 듯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일이란 직장에 다니는 것, 내가 혼자서 했던 여러 가지 활동(브런치에 글 쓰기, 출판, 취업 컨설팅 등)을 다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


아기가 돌이 지나고, 아기에게 중요한 시기인 지금,

아기에게 더 집중하기 위해 일이니 사업이니 이런 일의 스피드를 낮추기로 했다.


아기가 세 돌이 될 때까지는 엄마(엄마라고 표현은 하지만 사실 '주 양육자'로 이해하면 좋습니다.)가 기르는 게 가장 좋다고 유아교육 전문가들이 많이 말한다. 아기를 돌보는 사람이 자주 바뀌지 않고, 그들과 애착 형성을 하는 게 아기의 신체 및 정신적 성장에 필수기 때문이다.


 "그래 세 돌 쯤이야."

사실 이렇게 쉽게 생각했는데 의외로 일하는 시간과 육아하는 시간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성격 급한 내게 3년은 정말 긴 시간이니..

한 아이의 아버님으로부터 이런 감동의 위로를 받았어요. 혹시나 다른 분들께도 위로가 될까 싶어서.. ;)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이력서 첨삭과 컨설팅에 만족을 하는 지금,

내가 하는 게 맞게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지금,

아기는 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할까?


그렇다고 아기 보는 게 싫은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가 필요하긴 하지만 (왜 많은 육아맘들이 회사 다니는 게 덜 피곤하다고 말하는지 이해하는 중. ㅋㅋ)  아기 보는 시간이 참 좋고 행복하다.

 "오늘도 엄마랑 논다고 수고 많았어. 우리 재미있었지?"

해가 질 무렵 하루를 돌이켜 보며 느끼는 행복과 뿌듯함. 이런 감정이 거의 매일 든다. (아기를 돌보며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그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 사실 다른 걱정 없이 온전히 아기만 봐도 되는 환경에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하고 싶은 개 너무 많은 사람...


아무튼 그렇게 고민하던 차 우연히 알게 된 분께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면 좋을지에 대해 조언을 구해 봤다.

세 아이의 워킹맘님으로부터 (그 자체로 존경스럽다)


 "그때 하던 일 지금 하지 않습니다. 그때 되면 그때에 맞는 일이 또 생깁니다."
(하.. 역시 고민에 계속 갇혀 있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아무튼 좀 막막할 때는 내가 앞으로 갈 길을 먼저 가 보신 분들께 간단하게라도 물어보는 일이 정말 도움이 된다.(아 근데 10년은 너무 긴데요...? ㅋㅋㅋ 물론 10년 동안 일을 안 할 생각은 1도 없지만.)


일이든 육아이든 집중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데 나는 그 둘 사이를 줄타기하며 알게 모르게 굉장히 나를 닦달하고 있었다.


아기를 보면서 일 생각을 하고, 일을 할 때는 아이가 잘 있나 걱정하고.

그 어느 것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 생산성 저하는 육아에도 해당된다.

인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어떤 것에 몰입하는 상태인데도 정작 우리는 몰입을 인생에서 삭제하는 생활을 계속한다. (놀 때는 공부 생각하고, 공부할 때는 일 생각하고, 일 할 때 놀 생각하고 ^^)


Love lane, Penang, Malaysia


고민 끝에 내 평생 고객인 아기의 신체와 뇌와 인격이 형성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그 형성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앞으로도 당분간을 그러기로 했다.

그렇다고 일을 아예 안 하지는 않는다. 감을 유지하기 위해. 그래서 브런치에 글도 계속 쓸 거고, 취업 컨설팅도 하고 공부도 하고 찔끔찔끔 계속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법이니.


아기가 자라는 시간 동안 나 역시 더 자랄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해 보려 한다.

때가 되었을 때 확실히 점프할 수 있도록!!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시는 분들께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드리며




일기장에다 쓸 법한 이 이야기를 브런치에 굳이 적어보는 이유는 평생 제 마음을 좀 먹었던 조급함에서 해방되기 위함이에요. 지금 당장!!! 지금!! 이러면서 살아왔는데,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오히려 그렇게 마음을 놓고 제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 할 때 성과가 난다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뭐 결국 다 행복하게 살자고 이러는 것 아니겠어요?

행복하게 지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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